포털이 동네북이다. 이곳 저곳에서 마구잡이로 때린다. 지나가는 이들도 일 없이 쿡쿡 찔러보고,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해댄다. 아무리 맷집이 좋다지만, 마구잡이식 뭇매에는 당할 도리가 없다. 이대로라면 머잖아 길바닥에 쭉 뻗어버릴 모양새다.
공정위는 국내 주요 포털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이참에 대대적인 수술을 실시할 모양세다. 어느 정치인은 포털이 이미 관문 역할을 넘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떠맡고 있다며 "사이버 시장에서의 새로운 미디어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고 칼을 벼린다. 일부 단체는 "포털의 거대화로 인해 왜곡된 우리나라의 인터넷 언론 문화를 바로 잡겠다"며 "애국진영의 언론들이 단결하자"는 날선 구호도 마다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얘기를 듣다보면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진다. 정말 포털이 뭇매를 맞을 만큼 잘못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지금의 포털 때리기는 상식을 넘어섰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포털에 대한 지금의 전방위 공격은 중세의 마구잡이식 마녀사냥을 연상시킨다.

지금까지 포털에 붙은 '죄목'을 나열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 검색 결과 조작 혹은 담합
• 음란 동영상의 의도적 노출 혹은 늑장대처
• 콘텐츠 제공업체(CP)와의 불공정 거래
• 악성 덧글과 비방글 감시 및 모니터링 책임 소홀

판결문의 일부를 보자.
"포털이 기사를 작성하지는 않지만 기사를 분류하고 주요화면에 배치하기도 하는 점과 댓글을 통해 기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포털 사이트가 명예훼손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 인터넷이 여론을 좌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매체로 자리잡은 만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불량한 정보의 유통을 방지해 인터넷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일견 맞는 얘기다. 악성 덧글을 가만히 보고도 방치한 데 대해서는 포털이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화살끝이 포털만을 겨눈다면 문제가 있다. 먼저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여과없이 자극적으로 가져다쓴 황색 언론들이 무릎 꿇고 반성할 일이다. 포털 메인화면에 걸리기 위해 기사와 무관한 키워드를 억지로 끼워넣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도배해 무차별 쏴대는 기성 언론들이 먼저 부끄러워해야 한다. 뭇매도 이들이 먼저 맞아야 싸다.
그들이 누군가. 애당초 포털이 주는 돈에 눈이 멀어 헐값에 기사를 통째로 넘긴 장본인 아닌가. 그런 자들이 어느 순간 포털의 지배력이 커지자 이제 제몫을 찾겠다며 포털 때리기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주머니는 주머니대로 채우면서 포털에는 트래픽을 돌려달라고 생떼를 쓴다. 그러면서 뒤돌아서서는 포털 대문에 기사를 걸지 못해 안달을 하고 스스로도 코웃음칠 기사들을 양산해낸다. 후안무치요, 불고염치다.
이런 반박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 번이라도 악성 덧글로 피해를 봤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맞는 말씀이다. 나 또한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악성 덧글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도 많다. 앞뒤 없는 비난이나 도가 지나친 비아냥거림에 화가 치민 적도 있다. 물론 최근 보도된 악성 덧글이 불러일으킨 여학생 자살 소식처럼 극단적인 단계까지 이르진 않았다. 요컨대, 악성 덧글의 폐해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악성 덧글이 비단 포털만의 문제일까.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게시판이라면 어김없이 누리꾼의 반응(덧글이나 댓글)이 올라오고, 이 가운데는 흙탕물을 일으키는 악의적인 비방글이 어김없이 포함돼 있다.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 커뮤니티나 지식검색 서비스, 언론사 기사나 방송국 동영상 등도 이미 넘쳐나는 악성 덧글로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외국에서는 상식 이하의 비방글을 블로그 주인이 임의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블로그 가이드라인'까지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악성 덧글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지, 포털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포털에 올라온 악성 덧글은 누리꾼에게 보다 많이, 그리고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포털에는 커뮤니티나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 등의 공간보다 훨씬 엄격한 관리책임 의무를 부과한다. 포털 차원에서도 자체적인 관리감독 및 모니터링 전담반을 구성하고 24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악성 덧글을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열 순사가 도둑 하나 못 잡는다잖는가.
그러므로 포털은 감시인원을 더욱 늘려야 한다. 시스템 구축에도 보다 많은 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관련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포털이 책임을 방기했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당신이 포털 게시판 관리자라면, 보기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방글이 올라왔을 때 일부러 방치해두겠는가. 무슨 이유로? 방치해뒀다고 해서 어떤 이득이 있다고? 포털더러 관리감독 시스템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이런 식으로 직무유기 운운하며 규제의 칼날부터 들이대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요, 정치적인 대응이다. 일부 보수언론 연합체가 주도하는 포털 규제 입법 움직임은 그런 점에서 볼 때 포털을 견제하는 게 아니라 입맛대로 길들이겠다는 정치적 선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음란 동영상 노출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9일 새벽, 다음 tv팟에 음란동영상이 무더기로 올라와 2시간여동안 방치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 9월에는 네이버 블로그에 변태성 동영상이 18일동안 방치된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난이 일었다. 야후는 지난 3월 음란 동영상 문제로 뭇매를 맞은 뒤 아예 동영상 UCC 서비스를 폐쇄했다. 포털의 음란 동영상 노출 사고는 이 밖에도 여러 건이 있다.
음란물이 무방비로 노출된 데 대해서는 포털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본다. 욕을 먹는 것도 당연지사다. 그렇지만 이 문제 역시 포털의 음란물 방지 시스템 강화를 주문할 일이지, '일부러 방치했다'는 식의 감정적 대응은 곤란하다.
정말로 포털이 음란물이 올라온 것을 보고도 '일부러' '방치'할 수 있을까. 일개 감시팀 직원이나 팀장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어이, 김대리. 지금 올라온 음란물, 두어시간만 그대로 둬!" 정말로 그랬다가는 제 목부터 달아날 일이다. 그렇다고 의사결정 책임권을 가진 포털 서비스 책임자가 그렇게 결정했다고 의심하기엔 떠안아야 할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내가 너무 순진한 걸까.
백번 양보해 일부러 방치했다고 치자. 그렇게까지 해서 포털이 얻는 건 무엇인가. 트래픽? 포털은 이미 감당할 수 없을만큼 많이 받고 있다. 화젯거리? 포털로선 이런 문제에 관한 한 되도록 입에 오르내리지 않길 바랄 게다. '일부러' '방치'해서 얻을 이익이 없다는 얘기다.
음란물 노출은 말 그대로 '사고'다. 사고는 의도하지 않은 데서 발생한다. 그렇지만 사고는 노력 여하에 따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포털에게 주문할 것은 단 하나다. '음란물 노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라.' 하지만 이런 식은 곤란하다. '포털 이 XX들, 순 양아치 아냐!'
그 다음, 검색 결과 조작에 관한 죄목이다. 이 문제는 지금의 국내포털 시스템에 비춰보면 영원히 제거될 수 없는 지적이다. 국내 포털은 검색 결과에 인위적인 사람의 손길이 더해진다. 그것이 뉴스든 블로그든 카페검색이든 마찬가지다. 자동으로 로봇이 웹페이지를 긁어오는 웹검색만 예외라면 예외일까. 이는 구글과 국내 포털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국내 이용자들은 포털이 파이프를 박고, 깁고, 이어주는 정보의 구조물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이런 독특한 국내 포털의 서비스 구조를 외국 서비스와의 경쟁력으로 꼽는 전문가도 많다.
이 모든 것은 말하자면 '검색결과 조작'이다. 이 결과에는 의도하든 아니든, 많건 적건, 운영자의 판단이 개입된다. 아무리 기준을 세우고 기술로 자동 분류해도 최소한의 판단 기준은 사람 손에 남겨진다. 그것이 지금 국내 포털의 시스템이다.
유독 검색결과 조작을 문제삼는 곳은 뉴스서비스다.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언론사들은 '메인화면 뉴스 선정 기준이 뭐냐'며 기준 공개를 요구한다. '선정적인 기사가 자주 올라온다'느니, '포털을 욕하는 기사는 메인화면에 안 걸린다'는 둥, '특정 정당에 유리한 식으로 제목을 조작한다'는 식의 잽도 쉴새없이 날린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는 양날의 칼과도 같다. 언론사도 이익집단이다. 한 언론사의 기사가 메인화면에 걸리면, 다른 견해를 표방하는 언론사의 항의가 잇따른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사 성격에 따라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가십성 연예기사가 올라오면 '재미있는 기사가 많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체신머리 없다'며 혀를 차는 독자도 있다. 좁은 공간에 한정된 기사를 올리다보면 이런 잡음은 비껴갈 수 없다.
'독자위원회'같은 조직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잡음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네이버나 다음, 네이트닷컴 등은 저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사에 올라오는 기사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한 독자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다. 허나, 이들도 하루에도 수백건씩 넘쳐나는 기사들 속에서 가치중립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기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하나다. 포털이 인위적인 개입을 중단하면 된다. 구글처럼 모든 기사는 아웃링크로 제공하고, 철저히 기술적인 분류에 의해 뉴스 메뉴에 뿌려주기만 하는 것이다. 제목도 건드려선 안 된다. 그러려면 뉴스 서비스 화면의 폭이 지금보다 넓어져야 한다. 언론사에서 보내온 기사 제목이 잘리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대신 선정적이거나 이른바 '낚시성' 제목에 대해서는 온전히 해당 언론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기사와 무관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을 유도한 혐의가 인정되면 해당 트래픽을 통해 얻은 이익만큼 사회에 되돌려주는 '트래픽 환원제'같은 제도도 생각해 볼 만하다. 그래야 언론도 지금보다 책임 있는 기사, 보다 신중한 제목을 고민함으로써 더 나은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다. 자연스레 악성덧글에 대한 책임소재도 교통정리된다. 해당 언론사가 관리의 몫을 떠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CP와의 불공정 거래 문제.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가 포털에 덧붙은 '죄목' 가운데 진정 혼나야 할 고약한 버릇이라고 생각한다. 포털에 주어진 권력은 누리꾼에게서 나온다. 포털을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부지런히 발도장을 찍으며 포털을 알린다. 그 대가로 누리꾼이 받는 것은 약간의 개인공간과 e메일 계정 정도다. 포털이 트래픽이나 UCC를 이용해 거둬들이는 검색광고 수익이나 서비스 가치에 비하면 참으로 하잘 것 없다 하겠다.
더구나 포털은 이렇게 얻은 권력을 엉뚱하게도 CP를 흔드는 데 휘두른다. 이용자들이 제공한 콘텐츠를 자기네 데이터베이스 우물 안에 가둬놓고, 우물을 찾는 나그네에게 물세와 자릿세를 받는다. 따로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CP에게는 상도덕이 용납할 수 없는 계약서를 들이민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갑을관계는 이렇게 성립된다.
얼마전 네이버와 맺고 있던 제휴를 깬 올블로그의 유정원 부사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포털과의 제휴에서 95% 이상의 CP가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물론 네이버를 포함한 포털이 모든 계약에서 횡포를 일삼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업체간 계약은 제3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당사자들의 미묘한 이해관계가 포함된다. 한쪽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포털-CP 거래는 포털의 횡포가 상당수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랑받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콘텐츠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인식부터 갖춰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포털은 CP에 휘두르던 무소불위의 칼을 개인 이용자들에게도 들이대려 한다. 내 집에 입주했으니 가구도 허락받고 들여야 하고, 친구도 함부로 초대하지 말라고 한다. 집단장을 할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자기네 울타리에만 이용자를 묶어두고 '나가려거든 짐 싸서 가라'고 큰소리친다. 그러면서 잡상인들을 불러들여 장터를 벌여놓고는 수익을 고스란히 주머니에 챙긴다. 심지어는 입주자의 재산을 멋대로 가져다 돈벌이에 쓴다. 옆집 감나무 가지가 담장을 넘어왔다고 해서 내 것이라고 우기는 모양새다.
인터넷 시대의 관문을 자처하는 포털이 인터넷의 근본 속성을 외면하고 있다. 포털이 욕 먹는 '진짜' 이유는 이것이다. 주요 포털은 지금이라도 데이터베이스의 울타리를 걷고 검색의 지평을 사이버 공간으로 공평하게 확장해야 한다. 검색 결과를 보다 공정하게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확도보다 중요한 건 공정함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포털을 지속가능한 서비스로 만드는 길이라고 본다.
포털은 '플랫폼'이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검색 결과의 정확도는 구글의 '페이지랭크'처럼 집단지성의 힘에 맡기면 된다. 진정한 독점은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일방적 횡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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