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2.0' 용어의 창시자 팀 오라일리가 운영하는 '팀 오라일리 미디어'가 새로운 책 판매 실험을 시작했다. 책 한 권을 통째로 사지 않고 원하는 장(Chapter)만 돈을 내고 내려받는 '낱장 다운로드 서비스'다. 팀 오라일리는 6월18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같은 판매 모델 실험을 시작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책을 쪼개 파는 시도는 낯설다. 음악의 경우 음반을 통째로 사던 과거의 구매방식에서 원하는 노래만 MP3 파일로 내려받아 듣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렇지만 책의 경우 대개는 전체 줄거리가 완결된 형태를 갖추는 경우가 많아, 이같은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소설처럼 완결된 서사 구조를 갖는 문학 장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팀 오라일리도 이 점을 인정한다. 동시에 그는 변화된 시대의 새로운 책 유통 가능성에 눈을 돌린다. "책의 아날로그적 속성은 불완전하다. 대개 앨범과 달리 구조적 완결성을 핵심 요소로 갖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참고서나 학습서같은 책들의 경우 누군가는 책의 일부만 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같이 쪼개 파는 일이 가능하다. 이같은 아이디어에 기초해 우리는 '챕터별' 구매 및 다운로드가 가능한지 오랫동안 연구했고, 마침내 이를 선보이게 됐다."
오라일리 미디어는 우선 700여권의 책을 대상으로 낱장 구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른쪽 구매 메뉴에 'Buy PDF of Chapter' 옵션이 추가된 책은 낱장별 PDF 파일 구매가 가능하다. 각 장별 구매가는 3.99달러다.
'낱장 다운로드 서비스'는 오라일리 미디어의 맞춤 책 제작 및 공유 프로젝트 '사파리U'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오라일리 미디어는 이용자가 여러 곳에서 내려받은 낱장들을 모아 자신만의 책으로 묶는 맞춤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렇게 만든 책의 표지나 목차도 마우스만 몇 번 눌러 손쉽게 만들도록 할 계획이다.
책 분할 판매 현상을 보며 '서사의 붕괴'를 개탄하는 평론가도 있을 테다. 국내에서도 포털사이트의 책본문검색 서비스를 놓고 비슷한 논리로 반대한 사례가 있다. 허나, 생각해볼 일이다. 서사에 대한 책의 강박증은 이미 모더니즘 이후로 붕괴되지 않았는가. 서사의 종말이 꼭 책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책이 세상을 변화시키듯, 세상도 책을 변화시킨다.
사진 : ēst smiltis no ausī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