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커뮤니케이션즈와 엠파스가 마침내 온전히 한 가족으로 태어납니다. 두 회사는 오늘(6월25일) 공식 합병을 결정했습니다.


SK컴즈-엠파스-코난테크놀로지 검색사업 제휴
▲ SK컴즈-엠파스-코난테크놀로지 검색사업 제휴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 주식을 대량 인수해 대주주가 된 사실은 이미 알고들 계실 겁니다. 지난해 10월19일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의 지분 24.4%를 372억원에 사들이며 업계를 깜짝 놀래켰습니다. 4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까지 사들이면 지분이 43%까지 늘어나 사실상 최대주주를 굳히는 셈입니다. 한마디로,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를 인수해버린 것이죠.


이 때부터 두 회사의 합병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습니다. 지분인수 당시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박석봉 엠파스 사장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기존 인력도 그대로 승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약속이 영원히 유효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사실상의 '합병'이 눈에 보이는 수순이었으니까요.


오늘 SK커뮤니케이션즈의 발표로 두 회사는 공식 합병의 첫 단추를 꿰었습니다. ㈜엠파스는 머잖아 서류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합병 과정과 이후 변화를 대략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합병 이유를 들어볼까요.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급변하는 검색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지분인수 이후 네이트닷컴과 엠파스의 통합이 지금까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3월초 네이트닷컴과 싸이월드의 검색서비스를 엠파스 검색으로 대체한 데 이어, 3월말에는 검색광고도 엠파스 검색광고로 통일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반쪽짜리 통일인 모양새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시장 자리다툼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검색제왕 구글도 한국 서비스에 본격 시동을 걸었습니다. 네이트와 엠파스로선 날로 커가는 검색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 '선택'은 엠파스가 될 것이 확실시됩니다. 최근 싸이월드 주소(cyworld.com)를 네이트(nate.com)에서 분리한 것도 이런 과정으로 풀이됩니다. '싸이월드=커뮤니티', '엠파스=검색', '네이트닷컴=유·무선 컨텐트 네트워크'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SK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자회사 관리 부담도 이번 합병으로 덜게 됐습니다. SK그룹은 오는 7월1일로 정식 지주회사 체제로 거듭납니다. 그룹 관리 방식도 지주회사가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를 거느리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지금은 엠파스가 SK커뮤니케이션즈의 자회사입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대주주는 SK텔레콤입니다.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지배구조도 '㈜SK(지주회사)-SK텔레콤(자회사)-SK커뮤니케이션즈(손자회사)'로 바뀌게 되는데, 지주회사 체제에선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거느릴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를 자회사로 둘 수 없는 것이죠. 이번 합병 결정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와 엠파스가 한 회사가 되면서 이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 셈입니다.


합병 조건은 SK커뮤니케이션즈와 엠파스 주식비율을 1대 3.3197로 결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주요 대주주의 지분 비율도 바뀝니다. 1대 주주는 SK텔레콤으로 64%의 지분을 갖게 됩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6%로 2대 주주가 되고 박석봉 엠파스 사장이 2.4%, 지난해 엠파스에 투자했던 외국계 펀드 오펜하이머가 2.4%를 보유하게 됩니다.


새 법인의 대표는 예상대로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이 맡습니다. 그렇지만 통합 법인이 '㈜SK커뮤니케이션즈'가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향후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사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SK커뮤니케이션즈는 설명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오는 9월6일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 결정에 따른 승인 결정을 내리고 주요 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때를 앞뒤로 새로운 사명도 공개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박석봉 엠파스 사장의 거취도 관심 대상입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쪽은 "현재로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는데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남아 검색사업을 총지휘할 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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