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 분야를 다루다보면 하나가 뜨면 하나가 가라앉는 이른바 '제로섬' 관계로 묶이는 것들이 있다. 인터넷전화(VoIP)가 확산되면 유선전화 시장이 상처를 받는게 좋은 사례다.
요즘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른 '가상화 기술'과 '운영체제(OS)'도 비슷한 관계로 분류할 수 있다. '앙숙'이라고 표현하면 뭐하겠지만 가상화가 OS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서버 가상화 업체 VM웨어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상화를 주목하는 세가지 이유) VM웨어가 가상화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이어나갈 경우 부담스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서버 판매량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OS의 위상에 위협을 가할 만한 대형 변수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가상화 뜨니 x86 서버 안팔린다?)
가상화가 OS를 위협한다는 것은 더 이상 시나리오만은 아니다.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첫 테이프는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체 BEA시스템즈가 끊었다. BEA는 6월 27~28일 양일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한 'APAC 애널리스트 & 미디어 서밋 2007' 에서 '웹로직 버추얼 에디션'이란 가상화 제품을 공개했는데, OS 진영 입장에서 보면 매우 파괴적인 기술이다.
OS없이 자바 버추얼 머신을 돌릴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VM웨어 가상화 솔루션위에 '웹로직 버추얼 에디션'을 올리면 OS없이 '웹로직' 웹애플리케이션 서버를 돌릴 수 있게 되는 구조다. 개념만 보면 가상화가 OS 의존성을 날려버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가상화 환경
'웹로직 버추얼 에디션'은 애플리케이션 속도 향상과 비용 절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속도 향상은 OS 의존도를 없애 IT계층을 줄인 것에서 발생하고 비용 절감은 OS 없이 돌아간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웹로직 버추얼 에디션 기반 가상화 환경
이쯤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VM웨어와 웹로직 버추얼 에디션의 조합이 OS에 어떤 충격을 안겨다 줄 것인가? BEA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OS 진영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임팩트가 없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BEA가 수년동안 자바 애플리케이션이 OS를 거치지 않고 가상화 계층과 통신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웹로직 버추얼 에디션이다.
이를 감안하면 가상화와 OS는 앞으로 더욱 적대적인 관계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고객들이 BEA가 제시하는 가상화 트렌드를 보자마자 덥석 물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들은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쓰던 IT환경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좋은 기술이라도 언제든지 외면받을 수 있는 게 엔터프라이즈 시장이다. 결국 가상화가 OS에 미치는 충격을 제대로 측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가상화는 OS 시장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게 될까? VM웨어에 이어 BEA 웹로직 버추얼 에디션의 등장을 지켜보면서 미래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그려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