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휴대폰 구매 기준은 무엇인가? 대부분 '디자인, 가격, 기능'중 하나에 화살표를 찍을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특정 업체의 이름은 휴대폰 구매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폰은 나오기전부터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더니 시장에 나와서도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데뷔무대를 가졌다. 가히 '아이폰 데이'라 부를만 했다.
언론들이 아이폰을 집중조명한 것은 그것을 내놓은 업체가 다름 아닌 '애플'이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가 출사표를 던졌다면 '포화된 시장에 뒷북을 친다'는 헤드라인을 달았을 법 하다. 하지만 애플의 입성에 대해서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대형 변수'로 취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플이라면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를 상대로 '사고'를 칠 수 있다는 기대가 묻어난다.
그렇다면 나를 비롯한 언론들은 애플의 휴대폰 시장 입성에 왜 이리도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일까? 바로 애플 매니아층, 좀더 근사하게 표현하면 광범위한 팬클럽을 보유한 몇안되는 업체가 바로 애플이기 때문이다. [서평] 컬트브랜드의 탄생 아이팟
제프리 크루이상크는 자신의 저서 <애플의방식>에서 이 부분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애플과 할리데이비슨만이 걸어다니는 공짜 광고판 역할을 하도록 사람들을 부추긴다.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첫째 사용자들이 시장에 있는 다른 어떤 제품보다 월등하다고 느끼는 제품에 무한히 헌신하기 때문이다. 둘째, 사람들이 월등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서 부분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나는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나닌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애플시네마 디스플레이가 연결된 파워북 G4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컬트구축은 훌륭한 제품의 부산물이었다. 또한 그것은 매우 계획적이고 성공적인 기업 전략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애플이 여전히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다."
이런 애플이 마침내 휴대폰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에 따라 애플이 휴대폰 시장에서도 '맥'과 '아이팟'에서 확보한 컬트 브랜드 이미지를 심을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점점 일용품이 돼가는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키워드로 작용할 것이다.
얼리어답터형 소비자가 아닌 만큼, 내가 애플이 휴대폰 시장에서 컬트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없다'고 말할 입장은 못된다. 그러나 애플이 컬트화의 목적을 갖고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애플은 유통망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AT&T와 애플 스토어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동통신 업체가 들었다놨다하는 현재 미국 휴대폰 시장 유통 구조와는 전혀 딴판이다. 비싸다는 소리를 들을 지 언정 수많은 제품속에 묻혀 싸구려 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애플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결국 애플 휴대폰 사업은 아이폰을 앞세워 고가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존의 애플 브랜드 파워를 살릴 수 있는 거점을 만들수 있느냐가 핵심이 아닐까 싶다. 단지 몇대 팔았다가 중요한게 아니라 애플 브랜드가 휴대폰 시장서도 '와~'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기존 업체들과 가격 경쟁에 돌입한다면 애플은 규모의 경제에 밀려 만신창이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바보가 아닌 이상, 초반부터 전면전을 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브랜드가 '반은 먹고 들어가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의 파워는 기존 업체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아이팟-아이팟나노-아이팟셔플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앞세워 MP3플레이어 시장을 천하통일한 것처럼 휴대폰 시장서도 특유의 다각화 전략을 통해 노키아 등에 하이킥을 날리는 시나리오를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애플의 강점은 가격은 저렴한데도 브랜드 파워는 손상시키지 않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플래시 메모리를 장착한 보급형 모델 '아이팟나노'를 출시,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자신들을 추격하는 후발업체들을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은뒤에도 여전히 높은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게 바로 애플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적지 않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휴대폰 진영의 MP3플레이어시장 공세에 맞서기 위해 아이폰 카드를 꺼내들었고, 기왕 뛰어든 만큼 한몫 단단히 잡으려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아이폰은 과연 휴대폰 시장에서 어떤 운명을 걸을 것인가?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