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경영자를 주인공으로 다룬 책은 독자층을 확보하는데 있어 '반은 먹고' 들어간다. 도대체 어떤 전략과 전술로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는지는 경영과 경제에 관심있는 독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손색이 없는 스토리 구조다.

애플과 삼성 모두 대단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두 경영자 스토리는 나오자마자 독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나 역시 이 두권의 책을 모두 읽었다. 그러나 읽기를 완료한 시점은 다르다.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2005년말에, <이건희 개혁10년>은 한달전쯤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읽고난 후의 느낌은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 두사람 모두 강력한 의지를 갖고 회사의 변화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경영이란게 결과로 승부하는 것이니 두 사람 모두 성공한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을만하겠다.
그러나 <아이콘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 개혁10년>은 두 경영자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잡스의 뛰어난 면을 부각시키면서도 인간적인 결함도 빼놓지 않고 있다. 잡스를 아이맥과 아이팟을 앞세워 침몰직전의 애플을 구한 영웅으로 묘사하면서도 그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도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아이콘 스티브 잡스>를 읽고나면 잡스는 창조적 열정으로 가득차있지만 옆에 있으면 어딘가 피곤한 스타일이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애플에서 이 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건희 개혁10년> 역시 이건희를 위기의 삼성을 구출한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다. 책속에 비친 이건희란 사람은 기업의 미래에 대한 선견지명과 국가에 대한 우국충정으로 가득찬 것처럼 보인다. 마치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야기를 보는 듯 하다.
경영자도 사람인데, 과연 전지전능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삼성자동차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건희 개혁10년>에 삼성자동차 얘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성공스토리로 이뤄져 있다. 읽는내내 내가 아쉬움을 느꼈던 것도 지나치게 칭찬으로 도배가 됐다는 것 때문이리라.
이건희의 개혁을 높게 평가하되 그 속에서 벌어졌던 시행착오도 비중있게 다뤘다면 좀더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책이 됐을 것이다. <이건희 개혁10년> 뿐만 아니라 삼성의 성공을 다룬 책들이 대부분 비슷한 논조로 이뤄져 있다. 이유는 알아서들 판단하시라^^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성공신화를 쏘아올렸다. MP3플레이어쪽에서 충돌이 없지 않았지만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가 맞대결을 펼친 경우는 별로 없었다. 한마디로 두사람은 '노는 물'이 달랐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바뀔수도 있을 것 같다. 애플의 휴대폰 '아이폰' 때문이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휴대폰 시장에서 격돌한다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다. 빅매치가 성사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두 개혁군주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쭉~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