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사기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국은 방 의장이 기존 주주에게 상장 불확실성을 언급해 지분을 매각하도록 유도하고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와의 지분 거래와 계약을 통해 상장 차익을 얻었다고 본다.
반면 업계에서는 방 의장이 BTS의 군 입대와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사모펀드 측으로부터 풋옵션(put option, 사모펀드가 방 의장에게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과 언아웃(Earn-out, 성과가 나면 방 의장에게 추가로 보상하는 계약)을 먼저 요구받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IPO 역시 BTS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 이후에야 추진 동력을 얻은 만큼 초기에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즉, 기존 주주 등 투자자들을 속여 이익을 취할 유인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미래 어둡던 하이브 주식, 누가 샀고 왜 팔았나
현재 금융당국이 문제 삼는 것은 세 차례 지분 거래다. 첫 거래는 2019년 초 최유정 전 하이브 부사장이 퇴사 후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뤄졌다.
최 전 부사장은 퇴사 후 지분 매각을 원했지만 원매자조차 구하기 힘들 정도로 하이브 주식은 인기가 없었다. 결국 방 의장과 김중동 CIO가 직접 일부 지분을 매입하며 거래를 간신히 성사시켰다.
같은 해 중반 들어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계약이 추가됐다. 스틱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풋옵션과 언아웃을 요구했고 하이브는 이를 계약에 반영했다.
스틱이 물꼬를 트면서 풋옵션과 언아웃은 이후 투자자들에게 기본 계약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해 10월 이스톤 역시 스틱과 비슷한 조건으로 하이브에 투자했다.
당시 하이브의 여건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BTS 의존도가 높았고 실적도 좋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연 7% 이상의 IRR(내부수익률)을 보장하는 풋옵션 계약을 요구했다. 신규 투자자 영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방 의장은 이러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 직후의 상황도 녹록치 않았다. 2019년 말부터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하이브를 비롯한 국내 엔터산업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BTS의 월드투어가 연이어 취소됐고 공연과 굿즈 매출이 급감했다. 하이브의 IPO 추진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최악이라고 생각한 시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BTS는 2018년부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를 5년 연속 수상했다.
2021년에는 아시아 가수 최초로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시장에서 거둔 예상 밖 성공은 하이브에 대한 불확실한 투자 심리를 일거에 돌려세웠다.
결정적으로 BTS는 2020년 8월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1위에 오르면서 글로벌 흥행을 입증했다. 하이브의 기업가치는 차원이 달라졌다.
불과 1년만에 위상이 180도 달라지면서 하이브는 IPO 절차에 착수했고 같은해 10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1900억 차익? 성장 자본에 재투자
금융당국은 IPO 절차뿐만 아니라 방 의장이 주주간 계약을 통해 1900억원대 차익을 거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방 의장과 투자자가 언아웃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부터 잘못됐다는 시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언아웃 계약의 적정 여부를 떠나 이후 방 의장의 행보는 사익 편취가 아닌 철저히 회사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방 의장은 1900억원 중 1500억원을 곧바로 유상증자를 통해 하이브에 재투자했다. 나머지 400억원도 미국의 현지 아티스트들과의 교류를 위한 부동산 매입에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결과론적 해석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 의장이 IPO 성공을 확신했다면 사모펀드에 풋옵션과 언아웃을 제공해 지분을 넘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하이브는 BTS 의존도가 높았고 코로나19 여파로 미래 전망이 불투명했다. 현재 성과를 소급해 고의적 기망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PO는 애초부터 누구도 담보하거나 보장할 수 없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자본시장의 본질"이라며 "이번처럼 창업자가 스스로 차익의 30%만 받겠다고 서명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며 IPO가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