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K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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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이후 복지정책의 무게중심이 달라졌다. 과거 윤석열 정부가 2025년 예산에서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등 현금급여를 줄이는 대신 보육·돌봄 서비스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재명 정부는 2026년 예산에서 아동수당을 대폭 확대하고 난임·심리상담 지원까지 늘리는 등 직접지원 강화 기조를 뚜렷이 드러냈다. 보건복지부가 수립한 5개년 재정계획에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됨에 따라 확대와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청년들 '돌봄·양육' 정책 요구에 부응 

30일 관가에 따르면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29일 'KTV 생방송 대한민국 1부'에 출연해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 돌봄, 그리고 의료건강 등을 강화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많은 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담은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 중 복지부에서 맡은 11개가 국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를 정 장관에게 듣는 자리였다.

먼저 정 장관은 "이제 취임한 지 두 달하고 1주가 됐다. 그동안 굉장히 바쁘게 지냈다"며 "업무보고를 받고 국정과제를 확정하고 현장을 방문해 얘기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는 지역 간 건강격차, 경제적 어려움, 돌봄에 대한 필요성 등이 많이 제기됐다. 또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높다는 등의 여러 현안이 있다"면서 "그런 문제들을 보다 충실하게 해결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현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돌봄'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에서 0.75로 약간 상승한 것은 다행"이라면서 "조사 결과 돌봄이나 양육을 제공해달라는 청년들의 요구가 많아 이에 복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복지부의 추진 사항에는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범부처사업에 더해 '아동수당'을 단계적으로 늘리면서 내년부터 만13세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돌봄의 영역으로는 부모에 대한 지원이 언급됐다. 정 장관은 "최근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부부들이 많이 늘었다"며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난임부부들도 많아 심리상담센터 확대 등으로 지원을 더 늘리려 한다"고 밝혔다. 또 "임신부나 영유아에 대한 건강지원도 강화할 것"이라며 "분만이나 소아진료에 대한 지역 의료체계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尹 축소+서비스 강화 vs 李 확대+직접지원

아동수당은 정권교체 이후 정책기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5년 아동·가족 예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2025년 예산에서 아동수당은 1조9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6억원(7.2%) 줄어들었다. 대신 모자보건사업,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 분야가 전년 대비 각각 32억원(12.7%), 4억원(9.5%) 늘었다.

이는 저출산 대책을 현금으로 지원하기보다 간접적 서비스를 확충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기조로 풀이됐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은 만 0~7세로 유지됐고, 소득보장 확대보다는 보육 인프라 개선과 부모의 일·가정 양립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한 당시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반면 이재명 정부가 확정한 2026년 예산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아동수당 예산은 2조4822억원으로 전년보다 5234억원 늘었다. 이는 전년의 1조9588억원에서 26.7% 증가한 수준이다. 지급 대상도 만 8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개인 지원금도 수도권 10만원, 비수도권 10만5000원, 인구감소지역 11만~13만원 등으로 늘었다. 단일제도로만 보면 1년 만에 '축소'에서 '확대'로 방향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정부가 같은 제도를 두고 상반된 선택을 한 배경에는 정책철학의 차이가 자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서비스 중심의 간접지원을 택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현금급여를 강화해 가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아동수당이 정권교체 이후 복지정책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드러내는 지표가 된 셈이다.

 

재정 압박 속 지속가능성·정치적 합의 관건

문제는 이 같은 확대 기조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느냐다. 복지부는 이미 5개년 재정운용계획에 아동수당 확대를 반영했지만, 지출 압박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이 "많은 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출효율화를 병행해 제도 확산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복지부의 내년 예산은 137조6000억원으로 올해(125조4909억원)보다 9.7%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위기가구를 선제 발굴하고 맞춤형 서비스로 연계해 중복지원에 따른 재정 비효율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확대 효과만큼이나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재정여건이 악화될 경우 현금급여 확대가 일시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동시에 제도 확대가 정권 초기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제도권에 안착하려면 국회의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야당과의 협력,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향후 지속가능성 논의에서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 장관은 "국민들의 위기 상황이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촘촘하게 복지의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제 목표"라며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과제를 어느 정도 확정하면서 5개년 재정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재정당국과 협의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지출구조 조정이나 지출효율화로 낭비되는 부분을 줄이는 노력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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