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29일 08시 58분 넘버스에 발행된 기사입니다.

 

M&A 계약에서 위약금 조항의 의의와 기능

인수합병(M&A) 계약은 일반적인 매매계약과 달리 보통 계약 체결과 거래 종결(클로징) 사이에 시간적, 절차적 공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공백 사이에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정부기관의 인허가 △기업결합신고 △외국환거래신고 등 복잡한 절차가 요구된다.

또한 △매수인의 자금조달 △인수금융 실행 △매도인의 영업 유지 △진술과 보증의 정확성 등도 거래 종결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따라서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해당 거래가 무산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당사자들은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을 두는데 이는 단순한 금전 지급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위약금 조항은 거래 종결 전 계약 해제 시 손해액 입증의 어려움을 제거하고 상대방이 계약 불이행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도록 심리적·재정적 압박을 주며, 다양한 외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그 부담을 당사자 간에 분배하는 기능을 한다. 

M&A 계약에서 위약금 조항은 거래가 끝나기 전에 무산될 경우 분쟁을 빠르게 정리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위약금 조항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계약금이나 이행보증금과 같은 금전을 미리 지급하는 방식이다. 매매대금의 일부를 선지급한 뒤,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이를 위약금으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계약이 무산되면 이미 낸 계약금을 몰수하거나, 받은 금액을 돌려주거나, 두 배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매도인이 부담하는 위약금이다. 매도인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거래를 진행하거나, 거래 종결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또는 매도인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발생한다. 이때 매도인은 기존 매수인과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일정 금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하게 되는데, 이를 '브레이크업 피(Breakup Fee)'라고 부른다.

세 번째는 매수인이 부담하는 위약금이다. 매수인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거나 종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매수인 책임으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때 지급해야 한다. 이를 '리버스 브레이크업 피(Reverse Breakup Fee)'라고 한다

위와 같은 측면을 고려할 때 위약금은 M&A 당사자들에게 계약 이행을 강력하게 유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M&A 계약을 체결해 놓고 거래 종결 전후 상황에 따라 일방 당사자가 쉽게 계약을 파기한다면 거래 안정성은 심각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정 금액의 위약금을 정하면 해당 거래의 당사자는 M&A 계약을 성실히 이행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나아가 위약금은 대상회사의 가치 변동이나 규제 리스크와 같은 외생적 요인에 대한 위험을 분담하는 기능도 한다. 예컨대, 매수인의 자금조달 실패 리스크는 매수인 위약금으로, 매도인의 더 유리한 M&A 제안 수용 리스크는 매도인 위약금으로 귀속시키는 방식이다. 

아시아나항공·HDC현대산업개발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해 총 2조5000억원에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과 함께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는데, 이 중 약 2177억원은 아시아나항공에, 32억원은 금호건설에 전달됐다.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재무재표의 중대한 변동 등이 이뤄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했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 등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거부했다. 결국 2020년 9월 거래는 최종 무산됐고 계약금 반환 문제 관련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법원은 HDC현대산업개발 인수계약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상황 및 이로 인한 유동성 공급 문제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후에 감당해야 할 상황에 이르자 그때부터 비로소 아시아나항공 등에 인수 상황 재점검, 재실사 및 인수 조건 재협의를 요구했다고 판단하며, 거래 종결을 위한 아시아나항공 측의 선행조건은 모두 충족됐으나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인수 상황 재점검, 재실사 및 인수 조건 재협의를 요구하면서 거래 종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며 인수계약의 해제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아시아나항공 등의 재무와 영업 상황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법원은 이를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상황, 즉 천재지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다234796(본소), 2024다234802(반소), 2024다234819(반소) 판결). 이러한 판단에 따라 2,500억 원의 계약금은 매도인인 아시아나항공 측에 귀속됐다.

위약금은 대상 회사의 가치 변동에 따른 위험을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M&A 계약은 체결 이후 실제 거래가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대상 회사의 영업 실적이나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때 단순히 가격 조정 조항(계약 체결 시점과 종결 시점 사이의 상황 변화를 반영해 가치를 다시 산정하는 조항)이나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조항(거래가 끝난 뒤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손해를 배상받는 방식)만으로는 양측이 부담하는 위험을 공정하게 나누기 어렵다. 따라서 계약에 위약금 조항을 두면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위험을 보다 균형 있게 분담할 수 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위약금과 위약벌로서의 위약금

민법 제398조 제4항을 보면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둔 것으로 본다. 따라서 계약에 위약금이 약정돼 있으면 채권자는 실제 손해를 입증하지 않고도 예정액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채무자는 실제 손해가 더 적다거나 손해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만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위약금이 과도하게 책정돼 형평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 법원은 감액할 수 있다. 대법원은 위약금 감액 여부를 판단할 때 당사자의 지위와 교섭력을 비롯해 △계약 경위 △계약 목적 △위약금 비율 △예상 손해액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M&A 계약 당사자는 위약금이 감액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액 산정의 △실사 비용 △자문 비용 △기회비용 △평판 손실 등 합리적 근거를 협상 과정에서 세세하게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될 수 있다. 위약벌은 제재적 성격이 강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달리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민법 제398조 제2항의 위약금 감액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위약벌은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 위반으로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계약에서 위약금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사안에서 매도인인 한화측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인수 이행보증금으로 매입 금액의 5%에 해당하는 3150억원을 선지급한 후 본계약 체결 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를 요구했는데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한화는 인수 확정 후 확인실사 등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종계약체결을 할 수 없다며 인수를 포기했고, 산업은행은 한화가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안이 인수 양해각서에 위반되는 등 한화의 귀책사유로 최종계약이 체결되지 못했다며 양해각서 해제를 선언한 뒤 이행보증금을 몰취했다. 

제1심과 제2심 재판부는 당사자들이 계약 체결을 강제하기 위해 이행보증금을 감액할 수 없는 위약벌로 정했다고 봤다. 또한 산업은행이 노조의 실사 저지를 해결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이행보증금 조항은 위약벌이 아니라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양해각서에서 이행보증금을 둔 목적이 최종 계약 체결을 압박하려는 데 있었다 하더라도, 총 3150억원에 이르는 전액을 몰수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이에 따라 한화는 이행보증금의 40%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정할 것인지 △위약벌로 정할 것인지 △추가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분명히 해야 M&A 계약 체결 후 당사자 간에 분쟁이 발생할 때 위약금 해석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법원은 위약금이라는 단어보다 위약금의 실질적인 성격을 중시해 판단하고 있다. 즉, 위약금 조항의 성격은 문구에 의해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정의 구조와 기능, 교섭 과정,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된다.

 

M&A 계약에서의 위약금 관련 실무

실무에서 M&A 계약의 위약금 조항은 거래 규모, 위약 사유와 조건, 지급 보장을 위한 담보 방식, 감액 배제 조항의 효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설계된다. 이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위약금 규모다. 일반적으로 M&A 거래에서는 매매대금의 5~10% 정도가 위약금으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한화그룹·대우조선해양 매각 MOU에서는 매매대금의 5%인 3150억원이 이행보증금으로, 아시아나항공·HDC현대산업개발 인수계약에서는 2500억원이 계약금으로 책정됐다. 통상적으로 거래 규모가 클수록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약 10% 수준으로 정해지고, 이 금액이 위약금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위약금 발생 조건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매수인의 경우 △자금조달 실패 △당국의 승인 불허 △주주총회 부결 △매수인 의무 위반 등이 위약 사유가 된다. 반대로 매도인은 더 나은 조건의 제안을 수용하거나 거래를 철회하는 경우, 또는 매도인의 의무 위반 시 위약금이 발생한다. 결국 위약금의 귀속은 계약 해지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아시아나항공·HDC현대산업개발 사건에서는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이 있었지만, 법원은 매수인이 종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계약금 2500억원을 매도인에게 귀속시켰다. 이는 법원이 외부 변수와 당사자 책임을 구분해, 외부 요인이 있더라도 계약상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 책임을 당사자에게 묻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위약금 지급을 보장하기 위한 담보설정에 대해서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위약금은 단순한 계약 체결만으로는 집행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계약금을 지급한 계좌에 근질권을 설정하거나 에스크로(Escrow) 방식 등 다양한 담보 방식을 통해 위약금 지급을 보장받는다. 

넷째, 위약금 감액 배제 조항이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과도할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강행규정이다. 또한 위약벌로 해석되는 경우에도 민법 제103조에 따라 공서양속에 반하면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가 된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가 '위약금 감액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더라도 법적으로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다.

 

M&A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때의 합리적인 출구 방법

위약금 조항은 단순한 금전 지급 조항이 아니라 거래의 완결성과 당사자 간 신뢰를 보장하는 핵심 장치이다. 계약금, 매도인 위약금, 매수인 위약금은 모두 거래 실패의 위험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법적 분쟁을 신속히 종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 볼 수 있다. 판례는 일관되게 문언보다 거래의 실질을 중시해 위약금의 성격을 판단하고 귀책 여부를 철저히 따져 귀속을 결정해 왔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위약금 규모를 합리적 범위 내에서 산정하고 발동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며 귀책사유와 이행의무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합리적인 M&A 계약은 단순히 금액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어떻게 나누고 성실한 이행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를 만드는 것이다. M&A 거래는 성공적으로 종결돼야겠지만, 만일 그 M&A 계약 내용을 지키지 못한 경우에는 계약을 이행한지 못한 것에 대한 비용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 아이러니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M&A 거래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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