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이 10여년 만에 장기 회사채 시장에 복귀하며 조달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단기 차입 축소에 나섰다.
7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2월 사모 시장에서 3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조달 실적이 없는 상태다. CP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보충할 때 이용하는 전단채 역시 7월 2000억원을 조달한 것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거의 매달 CP와 전단채를 통해 자금을 끌어온 것과 대조적이다.
신규 조달을 멈춘 것은 차입금 만기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짧아졌기 때문이다.
2015년 삼성중공업은 해양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해를 입는 등 재무구조가 크게 저하됐다. 당시 조선업 전반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이 단행되면서 기관 투자가는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사를 투자 유니버스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5년 5000억원 규모의 사채가 더블 A 신용등급으로 발행한 마지막 공모채였다.
이후로 회사채를 발행한 적이 있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공모 시장이 아닌 특정 투자가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발행했다. 다만 고금리를 요구하는 사모 시장의 특성상 발행 규모는 한정됐다.
이처럼 회사채 조달이 어려울 때 CP, 전단채를 즐겨 발행하며 유동성 공백을 메웠다. 그렇다보니 삼성중공업의 차입금 만기 구조는 점차 짧아졌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2015년 장단기 차입금 비중이 50대 50으로 균형잡힌 상태였지만 이듬해 이 구도가 깨졌다. 2023년에는 유동성 차입금 규모가 3조9425억원에 달한 반면 비유동성 차입금은 4969억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차입금 잔액은 전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으로 채워졌다.
회사채 수요의 바로미터인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경쟁사가 성공적으로 공모채를 발행한 것도 삼성중공업의 조달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신조선가 상승, 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증가 등으로 조선업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비롯해 해외 군함 정비 사업 호재까지 맞물리면서 조선사들은 호황기 수준으로 신용도를 회복한 상태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A-(안정적) 신용등급을 부여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우호적 업황 분위기와 우량 신용도를 바탕으로 이달 장기 공모 사채를 발행했다. 2· 3년 복수 트랜치로 구성된 해당 채권에 기관이 관심을 보였다.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당초 1500억원 규모로 모집하려다 계획을 변경해 3000억원으로 늘렸다. 사채로 조달한 자금은 전액 단기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차입 구조도 점차 장기화되고 있다"며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 만큼 추가로 단기 차입금을 조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