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제일제당이 동물용 사료 자회사 CJ피드앤케어를 네덜란드 기업에 매각한다. 올해 상반기 브라질 법인 CJ셀렉타 매각을 철회한 데 이어 바이오사업부 처분에도 난항을 겪은 바 있지만, 수년간 잠재 매물 우선순위로 꼽혔던 CJ피드앤케어 정리에 성공하면서 본업인 식품 투자 체력을 확보하게 됐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CJ피드앤케어 지분 100%를 네덜란드 사료 기업 로얄 드 허스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매각가는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CJ피드앤케어는 2019년 CJ제일제당의 생물자원사업부문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소, 돼지 등 대형 축산 사료와 반려동물 사료 생산에 중점을 두며 축산·신선육 사업도 함께 영위하고 있다. 한국 외에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6개 국가에 글로벌 거점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매출 2조3085억원과 영업이익 747억원을 기록했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 전체 실적에서 각각 13%, 7% 안팎을 차지하는 규모다. CJ피드앤케어는 2021년 영업이익이 1506억원에 달할 정도로 효자 역할을 했지만, 2023년에는 864억원의 적자를 내며 실적 널뛰기를 겪었다. 전방산업인 축산업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전염병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원가 부담,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세 번의 시도 끝에 매각을 성사시켰다. 앞서 2019년과 2020년에도 네덜란드 사료회사 뉴트레코와 글로벌 IB를 상대로 물밑 접촉을 벌였으나 기업가치를 두고 눈높이 차이가 커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CJ피드앤케어를 품는 로얄 드 허스는 1911년 곡물과 제분 사업으로 출발한 가족 기업이다. 동물 사료 분야에서 글로벌 10위권에 드는 회사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70개 이상의 국가에 진출해 있다. 올해 벨기에 사료 업체 ‘Voeders Huys(사료 하우스)’도 인수하며 사세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꾸준히 비주력 사업 정리를 시도 중인 CJ제일제당은 앞서 4월에만 연달아 두 번의 거래가 좌초되며 골머리를 앓아 왔다. 2023년부터 미국 곡물기업 번지(Hunge)와 논의를 이어온 농축대두단백(SPC) 자회사 CJ셀렉타 지분 거래는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철회했고, 몸값 5조원이 거론됐던 바이오사업부 역시 원매자와의 가격 입장차로 포기했다.
CJ제일제당은 CJ피드엔케어 매각으로 이러한 여파를 메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약 1조원에 달하는 현금 유입을 통해 재무 건전성은 물론, 본업인 식품 경쟁력 강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영토 확장의 기로에서 힘을 받을 전망이다. 회사는 내년과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자회사 매각과 관련해 앞선 투자설명서에서 “현금 유입이 발생할 경우 차입금 상환 등 재무 구조 개선에 활용하거나 미래성장 재원에 활용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