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한국이 ‘아누가 2025’의 공식 주빈국(파트너국)으로 참여하며 글로벌 식문화 무대의 중심에 섰다. 국내 식품 기업들은 전통 발효식품부터 식물성·친환경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9일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이달 4일부터 8일(현지시간)까지 독일 쾰른에서 열린 ‘아누가2025’에는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약 8000개 기업이 참가하고 16만명이 넘는 업계 관계자들이 방문했다. 2년마다 열리는 아누가는 시알 파리, 푸덱스 재팬과 함께 세계 3대 기업간거래(B2B) 식품 박람회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남양유업 △농심 △대상 △동원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빙그레 △삼양식품 △샘표 △제너시스BBQ △팔도 △풀무원 △하림 등이 참가했다.
특히 한국은 올해 파트너국으로 선정되며 K푸드의 위상을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맞이했다. 메인 전시장에 ‘전통과 혁신의 만남’을 주제로 마련된 한국관은 김치·떡볶이·라면 등 대표적인 한식과 푸드테크와 식물성 식품 등 미래형 제품까지 폭넓게 선보였다.
이번 박람회는 K푸드가 ‘맛’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건강이라는 글로벌 가치를 함께 수출하는 계기로도 주목받았다. 아누가는 올해 건강식, 대체육, 슈퍼푸드 등 지속가능한 식품 산업의 핵심 이슈를 주제로 내세웠다. 이에 발맞춰 한국은 비건·발효·푸드테크 기반 제품군을 출품해 글로벌 식문화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르크 하트만 아누가 총괄 디렉터는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한 결과”라며 "한국은 혁신성과 요리의 다양성, 미래지향적 식품 전략을 갖춘 인상적인 파트너국”이라고 말했다.
전통 발효와 건강식의 현대화
샘표는 발효 기술을 앞세워 건강식 트렌드에 부합하는 대표 참가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이번 아누가에서 식물성 요리 에센스 ‘연두’는 콩 발효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아누가 2025 혁신 제품’으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유기농 고추장, 완두간장, 김치앳홈 등 K소스를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대상은 ‘오푸드’와 ‘종가’ 브랜드를 통해 김치, 된장, 고추장 등 전통 발효식품을 글로벌 기준에 맞춘 형태로 선보였다. 유럽 현지에서 생산한 맛김치와 고추장, 고추장 소스를 공개하고 김치를 활용한 퓨전 레시피도 소개해 현지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대상은 국내 최초로 유럽 현지에 연간 3000톤 생산이 가능한 김치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처음 아누가에 참가한 풀무원은 한국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부스를 마련해 정통 K푸드와 식물성 지향 혁신 제품을 함께 선보였다. 관람객이 만두, 냉면, 떡볶이, 김치 등 정통 K푸드와 두유면, 식물성 불고기 등 건강 식품을 현장에서 직접 시식할 수 있도록 했다. 아누가 개최 기간 동안 독일 최대 유통업체 에데카의 쾰른 플래그십 매장에 ‘풀무원 K푸드존’도 개설했다.
동원그룹은 ‘건강’을 핵심 키워드로 한 전시를 선보였다. 대표 브랜드인 동원, 양반, 비비드키친은 각각 ‘건강’, ‘한식’, ‘한식 소스에 답하다’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다. 특히 ‘비비드키친’은 발효식품인 김치를 활용한 김치 살사, 김치 치폴레 마요를 비롯해 고추장, 불고기 등 다양한 한식 소스를 선보였다.
세계를 매운맛으로...K라면의 질주

대표적인 글로벌 K푸드로 꼽히는 라면 제품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농심은 ‘신라면 분식’을 콘셉트로 시식 부스를 운영하고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신제품은 매콤한 볶음김치 페이스트에 청경채, 김치 플레이크, 참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아누가 공개 직후 호주와 대만 등에서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또한 K팝 지식재산권(IP)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포토존과 브랜드존, 바이어 상담 공간을 마련해 글로벌 마케팅과 B2B 확장을 동시에 추진했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불닭 스파이시 클럽(Buldak Spicy Club)’을 콘셉트로 한 부스를 선보였다. K푸드를 대표하는 매운맛의 상징인 불닭의 강렬한 맛과 독특한 조리 경험을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했다. 김정수 부회장이 박람회 현장을 직접 찾아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알리기에 힘을 실었다.
팔도는 ‘비빔면’과 ‘왕뚜껑’을 앞세워 국물 없는 라면의 간편함과 독창적인 맛을 앞세워 K라면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유럽 소비자 트렌드 정조준

유럽 시장의 핵심 소비 트렌드인 친환경·저당·비건을 반영한 제품군도 다수 출품됐다.
빙그레는 ‘식물성 메로나’에 이어 ‘식물성 붕어싸만코’를 아누가에서 최초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유럽 검역 규제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동물성 성분을 배제하고 식물성 원료로 맛과 식감을 구현하는 레시피로 개발됐다.
롯데칠성음료는 ‘K드링크’를 콘셉트로 다양한 음료 및 주류 브랜드를 선보였다. 해외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인지도를 쌓아온 밀키스, 알로에 주스와 글로벌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순하리, 새로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웰푸드는 당류 규제가 엄격한 유럽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무설탕 브랜드 ‘제로’를 앞세웠다. 또한 빼빼로, 자일리톨 껌, 조이 아이스크림 등 대표 제품을 대형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홍보하며 K디저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외에도 제너시스BBQ는 닭가슴살과 안심살을 활용한 간편식을 선보이며 한국식 치킨의 유럽 및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섰다. 회사는 수출용 가정간편식(HMR) 제품 3종 개발을 마쳤으며 윤경주 부회장이 현장을 직접 찾아 글로벌 공략 행보에 힘을 실었다.
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샘표 대표이사)은 “전통 식재료부터 현대적인 길거리 음식까지 폭넓게 소개해 과거의 지혜, 현재의 혁신, 미래의 지속 가능성이 공존하는 K푸드의 본질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