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지역 펀드 출범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경기권에 비해 투자 사각지대로 꼽히던 지역 중소·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이 대거 풀리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9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모태펀드는 지방 소재 기업을 위한 다수의 펀드에 자금을 보태고 있다. 올해만 해도 △경북·전남 지역혁신 벤처펀드 △경남-KDB 지역혁신 벤처펀드 △전북·강원 지역혁신 벤처펀드 등이 조성됐다.

여기에 올해 세 건의 지역모펀드에도 각각 600억원씩 출자했다. △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1011억원) △부산 혁신 스케일업 벤처펀드(1011억원) △강원 전략산업 벤처펀드(1056억원) 등이다. 

정책금융기관도 지역 펀드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달 초 남부권 지역성장펀드 출자사업의 위탁운용사(GP)로 사모펀드(PE) 4곳과 벤처캐피탈(VC) 3곳을 선정했다. 산은은 총 1000억원을 출자해 약 345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한다는 계획이다. 성장금융 역시 올해 처음 2250억원 규모의 ‘부산 미래산업 전환펀드 1호’를 조성했으며, 매년 지역활성화투자펀드 출자사업을 통해 지방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지역 펀드가 늘어나면서 운용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출범한 2048억원 규모의 ‘대전 D-도약 펀드’는 지방정부가 설립한 공공투자기관이 모펀드 운용을 맡아 만든 전국 첫 사례다. 일반적으로 모펀드는 한국벤처투자나 성장금융, 자산운용사 등이 운용을 맡아 자펀드를 통해 집행되지만 이번 펀드는 대전투자금융이라는 별도 기관이 업무집행조합원(GP)으로 참여해 앞으로도 지역 펀드를 직접 관리·운용할 예정이다. 대전시는 “공공이 먼저 위험을 부담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구조를 통해 지역 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지역 기반 모펀드 출범이 늘어나면서 지방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이번 출자사업들을 시작으로 점차 많은 민간자본이 지역 기업들에게 흘러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수도권에 집중된 자금이 지역으로 분산돼 지역 특화산업 생태계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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