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창간 19주년 특별기획

정부와 기업이 '피지컬AI'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지금, 한국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왼쪽부터) 김범주 유니티 APAC애드보커시 리더와 민경준 유니티코리아 인더스트리사업본부장이 이달 1일 서울 강남구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에서 블로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왼쪽부터) 김범주 유니티 APAC애드보커시 리더와 민경준 유니티코리아 인더스트리사업본부장이 이달 1일 서울 강남구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에서 블로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게임엔진이 피지컬 인공지능(AI)을 구축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피지컬AI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로봇·기계·센서 등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기술을 말한다. 게임엔진으로 출발한 글로벌 기업 유니티는 이제 디지털트윈을 기반으로 한 피지컬AI 구현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에서 최근 만난 민경준 유니티코리아 인더스트리사업본부장과 김범주 유니티 APAC애드보커시 리더는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유니티의 적용 분야와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유니티 엔진, 시뮬레이터 구축에 활용

5일 업계에 따르면 피지컬AI에 유니티 엔진이 사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시뮬레이터다. 시뮬레이터는 피지컬AI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로봇이 유리컵을 세게 잡아 깨뜨리는 상황까지 학습시키려면 마찰·중력·관성 등 물리 법칙을 정밀하게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시뮬레이터의 성능은 현실을 얼마나 가깝게 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고성능 엔진은 필수적이다.

민 본부장은 "정부 차원의 피지컬AI 컨소시엄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유니티의 많은 파트너와 고객사가 피지컬AI를 구축하고 있어 후방에서 기술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유니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한국의 피지컬AI 생태계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장 적용 사례도 있다. AI 기반 자율제조기술 스타트업 다임리서치는 유니티의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기능을 활용해 디지털트윈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공장과 물류창고 내 로봇을 통합 제어하고 있다.

 

김범주 유니티 APAC애드보커시 리더가 이달 1일 서울 강남구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에서 블로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김범주 유니티 APAC애드보커시 리더가 이달 1일 서울 강남구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에서 블로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김 리더는 "유니티를 활용하면 현장 데이터를 디지털트윈 화면에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며 "원격으로 협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제조·건설 강국이기 때문에 디지털트윈과 피지컬AI가 필요한 분야가 많다"며 "산업용 로봇, 자동차, 소비재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 유니티 엔진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전략적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결로 만드는 협업 생태계

유니티가 게임엔진 시장에서 내세우는 강점은 '연결'이다. 유니티는 다양한 형태의 3D 모델을 실시간 제작에 적합하도록 경량화한다. 이렇게 변환된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업로드돼 유니티 에셋 매니저에서 공유된다. 이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유니티를 활용하면 엔지니어뿐 아니라 마케팅, 영업, 현장 관리자까지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업할 수 있다. 민 본부장은 "유니티는 클라우드뿐 아니라 가상사설클라우드(VPC) 옵션을 제공해 민감한 설계 데이터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 단계에서는 속도와 유연성이 핵심이다. 유니티 엔진은 C# 프로그래밍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 이 언어는 문법이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배우기 쉽다. 또한 유니티는 XR SDK(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통해 메타·애플·구글 등 주요 플랫폼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단일화해 멀티 디바이스 대응 부담을 줄였다. XR SDK는 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하는 유니티의 도구다. 이를 이용하면 PC·모바일·웹·XR 헤드셋, 차량 HMI(인간-기계 인터페이스) 같은 임베디드 환경까지 동일 프로젝트를 배포할 수 있다. 임베디드는 특정 기기 안에서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전용 컴퓨터 시스템이다.

 

민경준 유니티코리아 인더스트리사업본부장이 이달 1일 서울 강남구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에서 블로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민경준 유니티코리아 인더스트리사업본부장이 이달 1일 서울 강남구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에서 블로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이러한 기능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디지털트윈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 본부장은 "HD현대인프라코어는 건설장비 고장 시 고장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유니티 엔진을 활용해 3D 모델링을 증강현실(AR)로 구현했다"며 "BMW는 유니티 엔진으로 가상주행훈련 환경을 구현해 개발 비용의 90% 이상을 절감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라이’는 유니티 엔진으로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구축했다. 또 토요타는 유니티 기술로 고성능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유니티 엔진을 적용한 디지털 가상공장 '메타팩토리'를 구축했다. 메타팩토리에서는 생산 라인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로봇·설비·작업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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