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국민들의 주목을 받으며 우주로 향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1차 발사에서는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원인은 3단 로켓 내부 헬륨탱크의 결함이었다. 작은 부품의 이상이 전체 발사 성공 여부를 갈라놓은 셈이다. 추진체가 흔들리면 로켓은 아무리 정교한 설계를 갖췄더라도 목표에 닿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산업을 떠받쳐온 것은 화려한 신약 성과가 아니라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라는 '추진체'였다. 저렴한 복제약은 환자 접근성을 넓히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숨통을 틔웠다. 기업들은 그 사이 임상과 품질관리에서 경험을 쌓고 신약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복제약은 그 의미가 축소되는 분위기를 띤다. '복제약만 고집해서는 신약강국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업계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복제약에 주력하는 기업은 뒤처진 존재로 치부되고, 정책과 대중의 관심은 신약에 쏠린다. 1등만 기억하는 우리나라의 정서가 이 산업에서는 신약에 무게중심이 기우는 형태로 작동하는 것이다.

문제는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가 업계에서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신약개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개발 절차는 신약과 유사하고, 차이는 주로 소요시간과 불확실성에 있다. 복제약을 통해 데이터 거버넌스, 임상 운영,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GMP) 역량을 확보해야 신약 도전에 나설 수 있다.

이 과정이 부실하면 신약개발 실패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추진체가 약하면 로켓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복제약에서 체력을 비축한 기업일수록 신약개발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일례로 보령과 한미약품은 제네릭으로 R&D 역량과 시장을 확보한 뒤 각각 '듀카브'와 '아모잘탄'이라는 개량신약으로 시장에서 성과를 낸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꾸준히 복제약을 정책적으로 지원해달라고 호소해왔다. 의사 전환 인센티브, 보험·약가 제도 개선, 환자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이윤 추구가 아니라 내수시장을 활성화해 산업 전체의 기반을 두텁게 만들자는 요청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 답변은 그동안 충분하지 않았다.

그나마 긍정적인 변화는 최근 등장했다.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임상3상 심사 수수료를 8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업계는 비용 증가에도 오히려 환영한다. 심사 기간이 기존 14개월 안팎에서 약 8개월까지 단축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보통 1년가량 소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체계가 글로벌 수준을 넘어서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복제약에 대한 지원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 심사 효율화로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산업 기반을 두텁게 만들려면 후속 정책들이 더해져야 한다. 복제약이 내수시장에서 신뢰를 쌓고 성과를 축적할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이 마련해야 국내에서 신약개발의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과 규제당국은 복제약이 환자의 선택 폭을 넓혀줄 뿐 아니라 신약개발로 향하는 추진체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를 홀대하면 신약 역시 꽃피우기 어렵다. 이번 규제 변화는 정상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정상까지 오르는 계단을 밝히는 '등대'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설계하는 시각의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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