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현황 /출처=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이미지=최이담 기자 제작
가상자산 시장 현황 /출처=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이미지=최이담 기자 제작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지만 자금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거래소 원화 예치금은 6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넘게 감소했고, 거래소 외부 이전액 101조6000억원 중 78조9000억원이 해외로 유출됐다. 투자 기반은 확대됐지만 거래는 위축되고 자금은 해외로 빠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8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가능 이용자는 지난해 하반기 970만명에서 올해 상반기 1077만명으로 107만명 늘었다. 같은기간 가상자산 종목 수도 같은 기간 1357개에서 1538개로 181개 증가했다. 가상자산의 종류는 중복 상장을 제외하더라도 598종에서 653종으로 55종 늘어 투자 선택지가 확대됐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카이코리서치 조사에서도 원화 기준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전세계에서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집계되는 등 국내 투자 열기는 여전히 높았다.

그러나 실제 거래 규모와 시가총액 흐름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소폭 축소하는 데 그쳤지만, 국내 시장 하락 폭은 훨씬 컸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10대 거래소 현물 거래량은 9조5000억달러에서 9조3000억달러로 2.1% 줄었다. 반면 국내 거래규모는 1345조원에서 1160조원으로 14% 감소했다. 일평균 거래 규모도 7조3000억원에서 6조4000억원으로 12% 줄었다.

국내 시가총액 감소율(14%)은 글로벌(7%)의 두 배에 달했다. 국내는 110조5000억원에서 95조100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글로벌 시가총액은 4815조원에서 4473조원으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

자금 유출 흐름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원화예치금은 지난해 하반기 10조7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조2000억원으로 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거래소 외부로 이전된 금액은 101조6000억원으로 전기(96조9000억원)보다 5% 늘었으며, 이 가운데 78조9000억원(78%)이 해외 거래소·개인지갑으로 이동했다. 국내에 남은 금액은 22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FIU는 이런 유출이 해외 거래소에서 차익거래와 마진·레버리지 거래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분석했다. 해외 거래소들은 최대 100배 이상의 레버리지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런 고위험 상품이 제도적으로 제한돼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빗썸은 운영해온 코인대여 서비스의 레버리지를 최대 200%에서 85%로 축소했다. 당국은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한 투자자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국내외 규제 환경 차이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해외 주요 거래소들이 파생상품과 고배율 레버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국내는 투자자 보호를 우선한 보수적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격차가 자금 유출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가 단순한 시장 둔화를 넘어, 국내 제도와 시장 구조의 불균형이 거래량 감소와 해외 유출을 동시에 초래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제 정비와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이 시장 신뢰 회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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