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의 석유화학 자회사 옥시켐을 97억달러(약 13조6000억원)에 인수한다. 이는 버크셔가 3년 만에 추진하는 최대 규모의 거래다.

2일(현지시간) 버크셔는 옥시켐을 97억달러에 전액 현금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거래는 4분기 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거래는 버크셔가 지난 2022년 보험사 앨러게니를 116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또 버크셔의 현금 보유량이 사상 최대치에 가까운 3440억달러에 달한 시점에 이뤄졌다. 아울러 버크셔가 2011년 루브리졸을 약 10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화학 업종 투자다.
버크셔는 이미 옥시덴털의 주요 투자자로 6월 말 기준 28.2%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버핏은 그동안 옥시덴털의 경영권 전체를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옥시켐은 수처리, 헬스케어와 기타 상업용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버크셔의 비보험 부문 부회장이자 버핏의 후계자인 그렉 에이블은 “옥시켐이 버크셔의 운영 자회사로 합류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전하며 “옥시덴털이 매각 대금을 통해 재무구조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은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옥시덴털은 이번 거래 대금 중 65억달러를 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키 홀럽 옥시덴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거래로 부채를 감축해서 자사주 매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홀럽은 경제전문 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문제는 부채를 얼마나 빨리 줄일 수 있느냐였는데 이번 거래로 남아 있던 단 하나의 과제가 해결됐다”며 “이제 주주들이 더 안심하고 보유 지분을 늘리거나 새로운 투자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우리는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이는 10년 전 시작한 대규모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마지막 단계였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지난 2019년 옥시덴털이 아나다르코 페트롤리엄 인수전에서 셰브런과 경쟁했을 당시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버핏은 100억달러 규모의 옥시덴털 우선주와 보통주를 매입해 회사를 지원했다.
그러나 옥시덴털은 아나다르코를 550억달러에 인수하고 지난해 크라운록을 120억달러에 인수 인수한 이후 순부채 규모가 약 220억달러로 불어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회사는 자사주 매입을 중단한 상황이다. 옥시덴털은 부채 상환을 위해 지난해 초 약 4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홀럽은 “대형 거래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주로 유전 내에서 핵심 자산을 강화하기 위한 소규모 거래만 추진할 것이며 더 큰 거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홀럽은 옥시덴털이 현금을 더 확보하면 2029년부터 버크셔의 우선주를 상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옥시덴털은 버크셔의 우선주에 대해 연 8%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번 거래 발표 이후 뉴욕증시에서 옥시덴털 주가는 7% 이상 하락했다.
씨티의 스콧 그루버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이번 거래가 예상된 것이지만 옥시덴털 주가가 하락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투자자들이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실망한 이유는 옥시덴털이 화학 업황 저점에서 확장 이후 기준으로 약 6배의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로 사업을 매각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버크셔가 보유한 83억달러 규모의 8% 우선주와 교환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캐피털파트너스의 레오 마리아니 애널리스트는 이번 거래가 옥시덴털이 주주들에게 더 많은 자본을 환원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지만 옥시켐이 성장 동력으로 기대됐던 만큼 향후 잉여현금흐름은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옥시덴털의 화학 부문은 현금흐름의 중요한 다변화 요인이자 사업의 자본집약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했다”며 “따라서 이번 매각은 옥시덴털의 밸류에이션 배수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