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그룹 본사인 '테크노플렉스' /사진 제공=한국앤컴퍼니
한국앤컴퍼니그룹 본사인 '테크노플렉스' /사진 제공=한국앤컴퍼니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조현범 회장의 부재와 맞물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 중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역행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리더십 공백에도 조 회장 체제에서 세운 전략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조 회장의 부재 가능성에 대비해 세워둔 인사전략을 실행했다. 한국타이어 대표였던 이수일 부회장은 한온시스템으로 이동했고 한국타이어에는 안종선·이상훈 대표, 지주회사에는 박종호 대표가 배치됐다. 리스크 대비와 경영안정 장치를 동시에 지향한 포석이다. 

가장 분주한 곳은 한국타이어다.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도 투자흐름은 오히려 과감해졌다. 올해 상반기 해외공장 증설·유지보수에 투입된 금액은 1조1580억원으로 전년동기(5133억원) 대비 125% 급증했다. 반기 기준으로는 지난 5년 사이 가장 많다.

R&D비도 상반기 기준 1430억원으로 2021년(866억 원)과 비교해 65% 이상 많다. 2%초반대에 머물던 매출 대비 R&D비 비중은 3%에 근접한  수준까지 확대됐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자동차공조·열관리 시스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한온시스템이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억5229만 주(약 3944억원)를 추가 취득했다.

대규모 현금 투입이지만 재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2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1822억원이다. 또 타이어 부문의 높은 영업이익률(13.8%)을 감안하면 부담의 일부는 새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조 회장이 경영하던 시점에 이미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한 방어선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부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변동, 미국·유럽의 관세정책 변화, 신규 투자처 확보와 설비 증설 등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최대 변수는 미국과의 통상 이슈다. 한국, 일본, 베트남산 타이어 점유율이 높지만 관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들이 대미 수출을 늘릴 경우 한국타이어는 점유율 유지를 위한 마진 축소 또는 이익률 유지를 위한 점유율 감소를 선택해야 하지만, 이는 오너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이미 집행된 대규모 투자 역시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투자와 출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고 투자회수율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총수 구속이라는 비상상황에서도 투자전략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은 한국타이어가 이미 시스템 경영을 기반으로 체계를 갖춘 결과"라며 "다만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얼마나 신속하고 과감하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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