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14일 09시 55분 넘버스에 발행된 기사입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블로터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 제공=김현정 의원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블로터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 제공=김현정 의원실

“이익은 사적, 손실은 사회가 떠안았던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 이번 법안의 출발점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를 약탈적 금융이라고 규정했다. 차입에 의존해 기업을 인수하고 현금흐름을 회수한 뒤 철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레버리지 한도를 절반으로 낮추고 내부거래를 전면 통제해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는 것이 목표다. 특히 차입한도 축소와 내부거래 통제를 양축으로 삼는다. 레버리지를 줄이고 책임투자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운용 단계의 투명성에 방점을 뒀다.

김 의원은 “단기 유동성보다 장기 신뢰가 시장을 살린다"며 "사모펀드를 단순한 수익 수단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본의 주체로 돌려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번 법안 발의의 배경을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 홈플러스 사태처럼 빚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단기간에 현금흐름만 빼내고 떠나는 구조가 반복됐다. 그 피해는 노동자와 협력 업체, 소수주주에게 돌아갔다. 이에 사모펀드의 높은 수익을 사회가 대신 떠안는 구조를 바로잡고자 했다. 투자자가 더 많은 수익을 원한다면 그만큼의 책임도 져야 한다는 취지다.

- 차입한도를 기존 400%에서 200%로 절반까지 줄였다. 이에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 400%라는 기준은 사실상 자기자본의 4배까지 빚을 내는 것이다. MBK파트너스 같은 대형 펀드가 차입매수(LBO)를 반복하게 된 원인이다. 이번에 200%로 낮춘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것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모두 사실상 자본 대비 200%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늦은 조치다. 중요한 점은 빚을 내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운용사의 역량과 리스크 관리능력으로 평가받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 ‘외부 평가기관이 부채상환 능력을 인정한 경우 400%까지 허용한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이는 완화가 아닌가.

△ 모든 펀드를 일률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인프라펀드나 장기 현금흐름이 확실한 기업 인수처럼 안정적 구조라면 일정 수준의 차입은 합리적일 수 있어 증명된 상환능력이 있는 경우만 예외를 뒀다. 핵심은 사전검증과 투명성이다. 이미 대출을 실행한 뒤 보고하는 방식은 무의미하다.

- 내부거래 보고 조항은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나.

△ 사모펀드의 고질병은 이해상충이다. 운용사가 여러 펀드나 계열사를 돌려쓰며 부실자산을 떠넘기거나 특정인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일이 많았다. 이에 따라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나 투자목적회사를 통한 거래가 있을 경우 그 구조와 통제방안을 금융위원회에 의무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단순 보고가 아니라 감독당국이 거래의 공정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 실제로 어떤 사례가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됐나.

△ 과거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포트폴리오 기업 간 교차대출로 부실을 메우는 일이 빈번했다. 실적이 좋은 A회사의 자금을 B회사로 흘려보내 부실을 감추는 식이었다. 겉으로는 그룹 차원의 유연한 지원처럼 보이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권리침해다. 이번 법안은 이런 교차지원과 내부거래를 실질적으로 제어하는 첫 시도다.

-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자금이 마르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 불안정한 시장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줄 수는 있겠지만 신뢰를 회복하면 결국 투자 기반이 넓어진다. 미국과 EU도 초기에는 거래가 줄었지만, 장기적으로 건전성이 높아졌다.

우리는 예외와 경과 규정을 함께 뒀다. 단번에 문을 닫자는 게 아니라 시장이 빚 중심 구조에서 책임 중심 구조로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국부유출 논란도 있다. 

△ 규제는 국적이 아닌 행위를 기준으로 한다.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펀드라면 국내·해외 모두 동일한 규제가 적용된다. 오히려 규제가 있어야 국내 자산이 제값을 받게 된다. 규제가 느슨하면 단기 외국 자본이 몰려오지만, 결국 기업 부실과 국부유출이 커진다. 이번 개정안은 책임투자를 전제로 한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 향후 보완 과제는 무엇인가.

△ 이번 개정안은 출발점일 뿐이다. 앞으로는 운용사의 차입구조, 자산 매각 내역, 내부거래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상시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 사모펀드가 인수 이후 단기간에 고용을 줄이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약탈적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제도도 필요하다. 사모펀드는 수익을 내는 것뿐 아니라 책임 있는 투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주체가 돼야 한다.

- 다른 의원안들과의 차별점은.

△ 저는 시장의 세세한 절차보다 구조의 책임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민병덕 의원안이 판매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김남근 의원안이 내부통제를 다듬는 방향이라면 제 법안은 운용 단계의 투명성과 레버리지 구조 개선에 집중했다.

한국 사모펀드 시장은 이제 ‘얼마나 벌었나’가 아니라 ‘어떻게 벌었나’로 평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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