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접공에서 매출 2000억원대 제약바이오그룹 회장으로 성장한 한의상 팜젠사이언스 회장의 스토리는 업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그의 행보는 ‘성장’과 ‘극복’의 연속이었지만, 지금 그는 또 한 번의 성장통을 맞고 있다. 이번에는 그가 일군 기업의 체질과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 회장의 젊은 시절은 고난 그 자체였다. 20대에 폐결핵으로 생사를 오갔고, 어렵던 가정 형편 탓에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 대신 ‘일’에 몰두했다. 용접공으로 시작해 유통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20여년 만에 영업총괄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의 커리어는 현장에서 땀 흘리며 쌓은 실전형 리더십의 결정체였다.
병원 사업을 하던 기존 대주주가 사법 리스크로 회사를 정리하던 시점에 그는 새로운 리더로 낙점됐다. 업계는 이를 “사업 다각화에 대한 통찰과 추진력을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했다.
2019년, 우리들제약(현 팜젠사이언스)은 미국의 한상기업 엑세스바이오를 인수했다. 국내 제약·유통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과감한 시도였다. 이듬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체외진단기기 수요가 급증했고, 엑세스바이오의 신속진단키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팜젠사이언스는 2021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22년에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2024년 기준 그룹의 연결 자산은 약 3600억원으로, 한 회장의 ‘승부수’는 분명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빠른 성공의 이면에는 구조적 리스크가 숨어 있었다.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자 진단시장 자체가 급속히 위축됐다. 엑세스바이오의 매출은 2022년 1조원에서 2023년 1125억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2분기에는 별도 매출이 3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주식 거래가 일시 정지됐다.
비록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어 거래는 재개되었지만, 시장의 충격은 컸다. 공공기관 매출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미국 정부의 진단키트 예산 축소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매출처 다변화 실패는 주주들의 비판으로 이어졌고, 경영 리스크는 본격화됐다. 여기에 잦은 임직원의 교체에 따른 조직 분위기 하락, 장남 한대희 실장의 경영 승계 구조 확립까지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산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답은 단순하다. 그가 최근 펴낸 자전적 서적 『사람을 융합하라』에서처럼,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사람’에 있다. 한 회장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다시 돌아봐야 할 곳도 바로 그 지점이다.
그는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영인이다. 용접공에서 출발해, 유통 현장을 거쳐,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경영자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언제나 그가 가장 잘하던 것, 사람을 중심에 둔 리더십에서 나왔다.
지금의 성장통은 어쩌면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가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