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비은행 계열사 강화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현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이익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수익구조 다각화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계열사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만든 뒤 이익 체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추가 인수합병(M&A)를 바탕으로 몸집을 불리는 것이 아닌,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무게를 싣는 복안이다.
17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계열사 하나손해보험의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날 주식 취득을 완료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기본자본을 확보해 보험 자본 규제에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자동차보험과 디지털 보험 중심에서 장기보험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사업 성장기반을 확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손보의 2분기 기준 지급여력(K-CIS) 비율은 141.3%다. 특히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22.7%로 금융당국이 제시하고 있는 최소 기준치인 50%를 밑돌고 있다. 먼저 유상증자로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장기보장성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하나금융의 하나손보 유상증자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보유하던 지분(8.56%)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평을 받는다. 지주 아래 소액주주의 간섭 없이 장기적 실적 개선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금융은 하나증권의 100% 자회사인 하나자산운용을 하나금융지주의 직접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어 전통 자산운용에 강점이 있는 하나자산운용과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에 특화된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합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이 이뤄지면 운용자산(AUM) 50조원 규모의 국내 10위권 종합자산운용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부문의 또 다른 축인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완전 자회사를 추진해 재무체력을 개선하고 실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 내부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무리한 M&A를 지양하는 한편, 소액주주와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그룹의 전략 방향에 맞춰 민첩하게 사업을 추진해 비은행 이익 기여도를 높이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신뢰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일찌감치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합병은 불필요할뿐 아니라 조직에 심각한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월 밸류업 정책 소개 영상에서 "앞으로 그룹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으로, 자체적 경쟁력을 갖출뿐 아니라 계열사 간 협업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하나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이익 기여도를 올리려는 배경은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고 밸류업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대표 사례는 지난해 소액주주 지분(0.14%)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하나에프앤아이다. 이후 곧바로 30억원의 배당을 하나금융에 올려 보내며 밸류업에 속도를 냈다. 하나에프앤아이는 부실채권(NPL) 투자사로, 최근 업황 호조에 따라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상반기 기준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이익 기여도는 12% 수준에 불과하다. 2027년까지 비은행 계열사 이익 기여도를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셈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손보 완전 자회사 편입은 그룹의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의 일환"이라며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고 주주가치 제고를 극대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