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그룹이 정기 인사 시점을 앞당겨 CJ푸드빌 신임 대표에 북미 사업 전문가인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를 전격 내정했다. 뚜레쥬르 미국 공장 가동과 맞물려 북미 외식사업 확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그룹은 제일제당 북미 성장을 주도한 이 대표를 앞세워 실행력 강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20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대표는 17일 CJ푸드빌 신임 CEO로 내정돼 두 계열사의 대표직을 겸임하게 됐다. 이번 인사는 CEO 인사를 정기 인사와 함께 통합해오던 기존 관행과 달리 그룹이 선제적으로 단행한 이례적 조치다. CJ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성장 가속과 미래 대비를 위한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선제적 인사를 단행했다”며 “신규 경영리더 중심의 2026년 정기 임원인사는 후속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뚜레쥬르, 글로벌 확장 선봉
이례적인 조기 인사는 뚜레쥬르 중심의 해외 사업 확대가 CJ푸드빌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점을 방증한다. 2015년부터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며 구조조정에 착수한 이후, 뚜레쥬르와 빕스 등 일부 외식 브랜드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2005년부터 임차해 운영해온 N서울타워의 계약이 올해 연말 만료를 앞두고 있어 내수 기반 사업의 지속 가능성 또한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뚜레쥬르는 전체 매출의 약 70%, 영업이익의 50%를 차지하며 CJ푸드빌 사업 전반을 이끄는 핵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K푸드 열풍 속에서 북미 시장은 뚜레쥬르의 성장을 이끄는 주축으로 부상해 그룹 차원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CJ푸드빌의 미국 법인은 2018년 해외 법인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6년 연속 실적 신기록을 이어가며 전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해왔다. 뚜레쥬르는 현재 미국 28개 주에 약 17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대표는 CJ푸드빌 북미 전략을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맞춤형 리더로 평가된다. 1997년 CJ그룹 입사 후 전략기획파트, CJ푸드빌 투썸플레이스 본부장, CJ제일제당 CJ Foods USA 대표, CJ 사업관리1실장, CJ그룹 경영혁신TF 등 식품·외식 부문의 핵심 보직을 두루 맡았다.
특히 CJ제일제당에서의 북미 사업 운영 경험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2019년 CJ제일제당이 미국 냉동식품 2위 기업 슈완스를 인수한 이후 약 4년간 현지 법인 대표를 맡아 북미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CJ는 슈완스를 통해 미국 내 유통망과 물류 인프라를 빠르게 통합하고 현지 소비자에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북미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현재 CJ제일제당의 북미 사업은 그룹 전체 실적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지아 공장 완공 눈앞...북미 '1000호점' 청사진
이 대표는 현지 생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매장 수 확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회사는 연내 완공 예정인 조지아주 공장을 통해 연간 냉동 생지와 케이크 1억개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북미 매장 수를 10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CJ푸드빌 관계자는 “K푸드 인기에 힘입어 K베이커리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고구마·김치고로케 등 한국 재료를 활용한 제품 반응이 좋다"며 "국내 인기 제품과 현지 맞춤형 제품을 7대 3 비율로 구성해 차별화된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뚜레쥬르의 북미 시장 확장은 국내 베이커리 업계 간 경쟁 구도 속에서 분기점을 맞고 있다. SPC그룹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에 약 2300억원을 투자해 북미 최대 규모 제빵 공장을 착공하고 파리바게뜨를 앞세워 현지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섰다. 양사 간 K베이커리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베이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 맞춰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다양한 제품 구성과 브랜드 콘셉트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미국 내 제조·물류 시스템을 조기에 안정화하고 매장 확장을 가속화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