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맞추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까지 연간 한도를 일찌감치 초과하는 등 대출여력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 중단과 지점별 한도 설정 등 강력한 '대출 옥죄기'에 나선 상황에서 사실상 대출절벽이 현실화하며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에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12월 실행분 가계대출과 관련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권고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한도(9102억원)를 이미 수천억원 넘어선 데 따른 조치다.
다른 은행들도 속속 대출창구를 닫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연말 실행분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했으며, NH농협은행 역시 대출모집인에 의한 11월 실행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한도가 모두 소진돼 사실상 접수가 마감된 상황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약 50%가 대출모집인을 통해 실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 희망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대출창구의 절반이 닫힌 셈이다.
우리은행은 11월과 12월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지점당 10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 지역의 신규 주담대 평균 대출액이 건당 2억50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한 지점에서 한 달에 2~4건의 대출만 취급할 수 있는 초강력 조치다.
은행들이 고강도의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것은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5대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6483억원으로 9월 말과 비교해 1조5534억원 늘어나며 지난달의 증가 폭을 이미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 실수요자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10·15대책'으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가산금리가 높아지면서 개인의 대출 가능 금액은 불과 몇 달 새 수억원씩 줄어드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대출총량 초과 은행에 내년 한도를 줄이는 등 강력한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은행권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당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옥죌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난해 말에도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비대면 창구를 닫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잇따른 부동산대책과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한도 소진에도 주담대 수요는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특히 대출모집인들이 단기간에 대규모 신청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어 줄줄이 중단하고 있는 데다 총량 관리를 위해 이 채널부터 우선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