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금융그룹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핵심 전략인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상반기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조기 완료한 데 이어 하반기 6000억원 프로그램도 목표 대비 빠르게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프로그램 공시 이후 매일 10만주씩 자사주를 꾸준히 장내 매수하면서다. 발행주식수 감축을 바탕으로 주당 가치를 올려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날까지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예정분 6000억원 가운데 3647억원가량을 매수했다. 앞으로 남은 2353억원을 집행한다. 7월 공시한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 중 올해 하반기 몫인 6000억원에 대한 집행을 이어가고, 잔여분 2000억원은 내년 1월에 매입할 예정이다.
현재까지의 진행 속도를 고려하면 신한금융의 하반기 자사주 매입은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 10만주씩 산다는 가정 아래, 신한금융의 전날 종가가 7만3600원이고 자사주 매입 쓸 2353억원을 고려하면 12월 초중순경에 하반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종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반기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당초 8월 완료 예정이었으나 6월에 조기 종료된 것과 같은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이 '쉼표 없는'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신한금융이 이토록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는 것은 그룹의 구조적 저평가 요인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경쟁사 대비 발행주식 수가 많다"고 언급하며, 주당 가치 희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실제 신한금융은 2027년 말까지 발행주식 수를 4억5000만주 이하로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3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으로, 이번 자사주 매입도 이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신한금융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2022년 3000억원으로 시작해 2023년에는 4860억원으로 62%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7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신한금융은 2022년 금융지주 최초로 자사주 소각을 시작한 이후 9개 분기 연속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밸류업의 주축으로 삼고 있다.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에서는 주주가치 측면에서 배당을 확대하는 것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PBR 0.8배 수준까지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의 올해 주주환원율 예측치는 46%이다. 그룹 주주환원율은 △2021년 26.0% △2022년 30% △2023년 36.0% △2024년 40.2% 등에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주주에게 환원하는 금액은 2조3500억원으로 분기균등배당 1조1000억원과 상·하반기 자사주 매입 6500억원, 6000억원을 합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신한금융의 주주환원율이 내년 50%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목표했던 2027년보다 1년 앞당겨지는 것이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 개선세를 고려하면, 주주환원율 50% 달성은 2026년 조기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금융은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바탕으로 CET1 비율을 2분기 13.59%로 끌어 올렸다. 지난해 말(13.06%) 0.53%p 개선된 것이다. 3분기 CET1 비율 추정치는 13.60%, 올해 말 예측치는 13.30%다. 연말 원·달러 환율 상승과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 등의 CET1 차감 요소를 고려하면 CET1 비율이 3분기 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년 대비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안정적인 재무체력을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만 PBR이 0.6배 수준으로 여전히 저평가 받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 추진함과 동시에 분기균등배당을 실시해 배당정책의 가시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