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 재무 전문가 출신의 김민태 코오롱ENP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신규 브랜드 투자로 외형 성장을 꾀하는 가운데, 최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김 신임 대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향후 경영의 핵심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28일 코오롱그룹에 따르면 김 신임 대표는 재무와 패션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0년 코오롱글로벌 기획조정팀을 시작으로 경영기획SC장, 코오롱에코원, 코오롱환경에너지서비스, 코오롱ENP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전략·재무통이다. 2019년에는 FnC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며 패션 사업 구조에 대한 실무 경험도 갖췄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과거 CFO를 역임한 만큼 패션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김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해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CFO 출신 리더를 전면에 배치한 이번 인사는 체계적인 비용 관리와 조직 효율화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오롱FnC의 영업이익은 2022년 644억원에서 2024년 164억원으로 2년 만에 75% 이상 감소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68억원에 그치는 등 뚜렷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9.2% 줄어든 2964억원에 머물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신임 대표는 '수익성 회복'과 '브랜드 외형 확장'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내수 소비 둔화와 이상기후 등으로 패션업계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코오롱FnC는 해외 수입 브랜드 확대, 마케팅 강화, 신규 매장 출점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외형 성장을 위한 전략이 오히려 초기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적 재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오롱FnC는 장수 브랜드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로벌 수입 브랜드 도입과 상품군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들여온 ‘N21’에 이어 올해는 프랑스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드롤 드 무슈’와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 ‘디아티코’를 추가 도입했다.
브랜드 카테고리도 더욱 다변화되는 추세다. 아웃도어 분야에서는 글로벌 전문 브랜드 ‘헬리녹스’를 공식 론칭하며 고성장 시장 공략에 나섰고 자체 브랜드 ‘캠브리지 멤버스’는 캐주얼 라인 ‘무브레’를 론칭해 기존의 클래식 중심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잡화 브랜드 ‘아카이브 앱크’는 2030 소비층을 중심으로 반응이 이어지며 전략 브랜드로 육성되고 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패션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며 "확장을 하더라도 어떤 방향성과 콘셉트를 갖고 전개하느냐가 관건인 만큼 김 대표 체제에서 전략의 정교함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임 대표가 이끄는 코오롱FnC는 상품 전략과 브랜드 확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조직 효율화와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7개 본부를 5개로 축소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고정비 절감에 나섰다. 동시에 온라인 채널 강화와 브랜드 운영 효율화를 목표로 ‘V(Value) 본부’를 신설해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도 힘을 싣고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아웃도어뿐 아니라 남성복, 여성복, 잡화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신규 해외 브랜드의 안착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예년보다 기온이 빠르게 낮아지면서 ‘코오롱스포츠’의 다운 제품과 경량 패딩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며 "기후 변화와 고객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신상품의 적중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획 방식을 전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