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시가 사상 처음 코스피 4000선을 돌파했다. 반도체 호황과 외국인 매수세가 맞물리며 '사천피 시대'를 열었지만 금융투자 업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아직 버블은 아니라는 시각과 단기 과열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14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92.00p(2.33%) 오른 4033.59을 기록했다. 장중 4038.39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난 9월 말(3424.60) 대비 한 달 새 600p 넘게 뛰었다.

이번 상승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코스피 거래대금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외국인 투자자 보유액은 1125조원으로 올해 초 대비 두 배 가까이 불었다. 같은 기간 투자자예탁금은 8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급등세에도 거품 우려는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2배, 주가수익비율(PER)은 18.2배로 글로벌 평균 대비 여전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많이 올랐지만 오를 만한 종목 중심의 상승"이라며 "코스피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가 커지며 구조적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버블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23일 한은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국내 주가는 버블을 걱정할 수준은 전혀 아니다"라며 "내국인 해외투자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실물경제와 괴리된 주가 상승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신호'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코스피 일평균 일중 변동률은 1.91%로 2021년 2월(2.03%) 이후 최고치다. 한국형 공포지수인 VKOSPI도 한 달 새 50% 넘게 급등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PBR과 이동평균 이격도는 이미 과열권에 진입했다"며 "일부 업종·종목으로 쏠린 상승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 등 3개 종목의 거래대금이 코스피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향후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공약에 관한 기대감 속에서 원화 약세는 또 다른 부담 요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440원을 돌파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중 갈등, 한·미 관세 협상 지연, 엔화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한 달 새 35원가량 올랐는데 4분의 3은 국내·지역 요인 때문"이라며 "한·미 통상 불확실성이 완화되지 않으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금투 업계는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연말까지는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반도체 실적 호조가 지속된다면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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