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점 사옥 /사진=NH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점 사옥 /사진=NH투자증권

금융당국이 11개 종목 정보 유출 및 20억원 부당이득 혐의를 받는 NH투자증권 임원과 관련,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불공정거래 근절 방침에 따라 출범한 합동대응단이 전담한 '2호 사건'에 해당한다.

합동대응단은 28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임원실과 공개매수 관련 부서를 압수 수색했다. 금융위원회·금감원·한국거래소가 참여한 합동대응단은 "정보 우위를 악용한 내부자 거래를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다루겠다"고 밝혔다.

합동대응단은 이날 확보한 문서와 하드디스크 등을 분석해 정보 전달 경로와 공모 정황을 추가 확인할 계획이다. 당국은 내부자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를 ‘주가조작과 동일한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를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대상인 NH투자증권 주식발행시장(ECM) 부서 임원 A씨는 최근 2년간 회사가 주관한 11개 상장사 공개매수와 관련된 중요 정보를 직장동료와 지인 등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자들은 정보가 공표되기 전 해당 종목 주식을 매수하고, 공개매수 발표 후 주가 상승 시 전량 매도하는 방식으로 20억원가량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이득 자금의 추적 결과, 공개매수 발표 전후 A씨와 관계자들 사이에 주식거래 자금으로 추정되는 금전 이동은 수차례 발생했다고 합동대응단은 전했다. 이 자금 일부는 A씨 외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계좌를 수시로 교체하며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려 한 정황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합동대응단은 A씨 가족과 지인 등 4명을 동일 혐의 선상에 두고 있다.

공개매수는 경영권 확보나 지배구조 개편 등을 위해 일정 기간 특정 종목을 시장 밖에서 매입하는 거래다. 공개매수 가격이 통상 시가보다 높게 책정돼 주가 상승을 유발하는 ‘호재성 정보’로 분류된다. 자본시장법은 이 정보가 공표되기 전 주식 매매에 활용되는 것을 명확히 금지한다.

최근 공개매수 전 주가 급등 사례가 잇따르면서 한국거래소는 이상거래 징후를 포착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에 여러 차례 통보했다. 금감원은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NH투자증권 임원의 연루 정황을 확인했고,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합동대응단이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은 최근 공개매수 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된 공개매수 55건 중 28건(51%)을 NH투자증권이 주관했다. 고려아연 지분을 두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진행한 대형 거래도 맡았다. 당국은 이번 수사가 내부통제 점검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합동대응단장은 “금융회사 임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은 일반 투자자보다 훨씬 엄중히 다뤄야 한다”며 “이번 사건 외에도 현재 3건의 불공정거래를 추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또한 “공개매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불공정거래 유형도 늘고 있다”며 “시장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금융회사와 사무대행사 관계자까지 점검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이나 지인의 거래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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