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위 정종환 CJ ENM 콘텐츠·글로벌사업 총괄이 올해 네 번째 자사 지분 취득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한 가운데, 3개월 단위로 반복된 패턴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매번 실적 발표 직후, 분기보고서 제출 직전이라는 시점상의 공통점이 있어서다.
다만 이 시기 주가 변동성을 계산한 행보라기 보다는,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주기적으로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오히려 내부 사정이나 특정 이벤트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적인 지분 확대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뚜렷한 주기성… 왜?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종환 총괄은 지난 11일 CJ ENM 보통주 50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취득 단가는 6만4000원으로 총 3억2000만원 규모다. 지분율은 기존 0.07%에서 0.09%로 상승했다.
올해 2월 처음 CJ ENM 주식을 매수한 정 총괄은 이후 3개월 간격으로 꾸준히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변동일 기준) 첫 매수를 시작으로 5월 14일과 8월 13일에도 동일한 패턴을 이어갔고, 이달 11일 네 번째 매입까지 더해지며 분기별 규칙성이 한층 뚜렷해졌다. 지금까지 그가 투입한 자금은 약 12억1500만원이다.
네 차례에 걸친 매입은 모두 연간·분기 실적 발표 직후 이뤄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주가 변동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적과 분기보고서 제출 시기를 전후해 ‘저점 매수’ 기회를 노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3%, 19% 감소한 1·2분기에도 개의치 않고 주식을 매입한 데다 취득 단가 역시 저점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매수 시점을 주가 흐름과 연결 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정 총괄의 고정된 행보는 오히려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책임경영 기조를 강화하려는 의도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CJ ENM이 직면한 대내외 환경을 감안하면 어느 때보다도 오너 경영진의 책임 있는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사실도 이와 맞닿아 있다.

책임경영 필요한 때
내수 한계에 부딪힌 CJ ENM은 올해를 글로벌 도약 원년으로 삼고 대대적인 해외 확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을 지휘하는 인물이 바로 정 총괄이다. 글로벌사업본부부터 콘텐츠유통본부와 논스크립트(예능·교양)본부까지 핵심 조직을 아우르는 만큼, 글로벌 가속화 과정에서 회사의 명운이 그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한 주기로 지분을 확보하는 정 총괄의 움직임은 외부 주주는 물론,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내부 입지 측면에서도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는 신뢰와 안정감을 형성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1980년생으로 올해 45세인 정 총괄은 2008년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음악 최고콘텐츠책임자(CCO)와 결혼한 뒤 2010년부터 지주사 CJ㈜ 소속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해 왔다. 2018년 미국 냉동식품기업 슈완스컴퍼니와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 2022년 미국 스튜디오 피브스시즌 인수합병(M&A)이 대표적인 성과다. 지난해 2월 CJ ENM에 급파돼 연간 흑자 전환을 이끌기도 했다.
CJ ENM 관계자는 “정종환 총괄은 콘텐츠 및 글로벌 총괄 주요 경영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책임경영 강화 측면에서 주식을 취득했으며 이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CJ ENM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