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웹세상의 양대 키워드인 '웹2.0'과 '시멘틱 웹'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서울대학교 의생명지식공학연구실(BK랩)이 주최하고 기묘 주관 아래 2월13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시멘틱 웹2.0 컨퍼런스' 얘기다. 

'웹2.0'이라면 요즘 전세계적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유행어이기에 그리 낯설지는 않지만, '시멘틱 웹'은 아직도 생소한 분들이 적잖을 듯하다. 게다가 둘이 결합한 '시멘틱 웹2.0'이라니, 어리둥절할 만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 셋의 관계는 어떠할까.

이에 대한 답을 줄 전문가를 만났다. 시멘틱 웹2.0 컨퍼런스 주제발표차 방한한 슈테판 데커(Stefan Decker) 아일랜드 국립대 교수다. 데커 교수는 시멘틱 웹2.0의 핵심 개념인 '시멘틱 소셜 데스크톱'의 주창자로 알려져 있다. 시멘틱 웹 기술을 연구하는 아일랜드 DERI(Digital Enterprise Research Institute) 연구소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시멘틱 웹은 웹2.0을 구현하는 기반 기술"

슈테판 데커 교수는 시멘틱 웹과 웹2.0의 관계를 "상호 대립이 아닌 보완적 관계"로 규정했다. 먼저 시멘틱 웹에 대해서는 "사람이나 대상의 관계를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정형화된 데이터로 제공함으로써 서로의 관계를 설명하고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서로 다른 곳에 쓰이는 데이터를 XML 기반 형식인 RDF로 통일한다면, 이들이 비록 각자 다른 영역에서 쓰이더라도 컴퓨터가 RDF 형식을 자동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식이다. 

슈테판 데커 교수
▲ 슈테판 데커 교수
그렇다면 웹2.0은 무엇일까. 데커 교수는 "시멘틱 웹이 데이터 교환을 위한 표준 양식이라면, 웹2.0은 이용자 중심의 구현물"이라고 구분했다. 사진공유 사이트 플리커나 소셜 북마크 사이트 딜리셔스는 우리가 접속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웹2.0 서비스'이다. 이런 웹2.0 서비스를 만드는 다양한 기술(또는 시스템) 가운데 하나가 시멘틱 웹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데커 교수는 "시멘틱 웹이 공학적 개념이라면, 웹2.0은 사회과학적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 둘을 결합한 것이 '시멘틱 웹2.0'인 셈이다.

먼 훗날의 기술같지만, 시멘틱 웹은 사실 주변에서 이미 볼 수 있다. 수많은 블로그가 RSS로 글을 유통한다. 야후나 구글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이미 자신들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유통·교환하기 위해 시멘틱 웹 기반 기술들을 선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BK랩에서 e헬스 분야의 효과적인 데이터 관리를 위해 시멘틱 웹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응용도구)을 개발하거나 적용하는 단계에 와 있다. 이들 기술이 수많은 정보들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이기 때문이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고 한다. 데커 교수는 "시멘틱 웹이 도입된 지 5년이 지났는데, HTML 도입 5년후의 정보량과 비교하면 시멘틱 웹 도큐먼트 수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기업이나 서비스가 시멘틱 웹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상호 운용하거나 대상 간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고 데커 교수는 강조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네트워크 저편에서는 이미 '스마트'한 정보관리 기술들이 편리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나보다. 

"윈도 비스타, 좀 더 시멘틱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의 변화는 어떠할까. 이에 대해 데커 교수는 "검색이나 의료분야 뿐 아니라 e러닝과 전자정부, e사이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멘틱 웹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지휘하고 있는 아일랜드 DERI 연구소에서는 이들 분야의 연구그룹이 조직돼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들어갔거나 준비중에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윈도 비스타도 시멘틱 웹 기술과 맞닿아 있다. 윈도 비스타는 마이크로포맷을 지원하고 있다. 일정이나 인맥관리 등의 정보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뽑아내 관리하거나 상호 전달해주는 지능형 문서형식이다. 

데커 교수는 "마이크로포맷은 시멘틱 웹의 RDF 형식과 비슷하지만, 마이크로포맷이 주로 사람간의 관계를 설명한다면 RDF는 대상간의 관계까지 설명하는 보다 일반적인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데커 교수는 "윈도 비스타에서 마이크로포맷을 지원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소식"이며 "이를 지원하면 웹과 데스크톱의 경계를 허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비스타에서 좀 더 시멘틱 데스크톱 환경을 지원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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