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기업들이 국회와 정부의 각종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블로터>는 IT서비스 기업들이 처한 현실과 각종 규제간의 괴리를 진단하고 국내 IT서비스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 (왼쪽부터)서울 송파구의 삼성SDS, 서울 강서구의 LG CNS, 경기도 성남시의 SK㈜C&C 사옥.(사진=각사)
▲ (왼쪽부터)서울 송파구의 삼성SDS, 서울 강서구의 LG CNS, 경기도 성남시의 SK㈜C&C 사옥.(사진=각사)

"그룹 IT서비스 기업은 계열사들의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를 위해 탄생한 곳들입니다. 삼성전자의 업무 데이터를 삼성SDS가 아닌 외부 기업에게 맡겨야 하는지 의문이네요. 그룹 내 시스템을 외부에 개방하는 것은 보안과 신뢰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대형 IT서비스 기업 관계자)

"대기업은 회사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 못한다고 하는데 외부 ERP(전사적자원관리)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기밀이 없습니까?핵심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시스템은 외부 IT서비스 기업들도 맡을 수 있도록 하는게 공정한 경쟁이죠."(중견 IT서비스 기업 관계자)

대형 IT서비스 기업들이 주로 맡고 있는 그룹 계열사의 시스템통합(SI) 및 운영·유지보수(SM) 업무를 외부 기업들에게 공개하는 것에 대한 것은 IT서비스 업계의 해묵은 논쟁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기업 SI 사업의 일부를 외부 기업에게 개방하도록 하는 'IT 서비스 일감 개방 자율 준수 기준' 제정을 추진하면서 이 사안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공정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차원에서 이번 기준 마련에 나서고 있다.

SI는 급식·물류와 함께 대표적인 대기업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시장으로 꼽힌다. 급식 분야는 이미 공정위가 삼성에 제재를 내렸다. 공정위는 24일 삼성 미래전략실이 최근 8년간 4개 삼성 계열사의 사내급식 물량을 수의계약으로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줬다며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웰스토리에 약 2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 주요 IT서비스 기업은 그룹 총수 일가들의 사익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1분기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9.2%)·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3.9%)이 각각 지분을 보유했다. 지주사 체제인 LG의 IT서비스 기업 LG CNS는 ㈜LG가 49.95%의 지분을 보유했다. ㈜LG의 최대주주인 구광모 LG 회장이 1.12%,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0.84%,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0.2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SK㈜ C&C는 지주사인 SK㈜의 사업부문으로 있다. SK㈜는 최태원 SK 회장이 18.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기업들은 IT서비스 기업들이 계열사들의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를 맡기 위해 탄생한 태생적 배경을 외부에 업무를 개방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의 업무 데이터가 담겨 있는 시스템의 구축과 유지보수를 LG CNS나 외부 기업에게 맡길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비단 삼성SDS·LG CNS·SK㈜ C&C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ICT·현대오토에버·롯데정보통신·신세계아이앤씨·CJ올리브네트웍스 등 대형 IT서비스 기업들도 그룹 계열사들의 SI 및 SM 업무를 기반으로 대외 사업을 늘려가고 있다.

반면 그룹 계열사가 아닌 중견 및 중소 IT서비스 기업들은 대기업들이 핵심 업무를 제외한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업무는 외부에 개방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입장이다. 중견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같은 계열사 물량을 독식하면서 공공과 금융 시장에도 진출하며 중견·중소 기업들은 제대로 된 사업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핵심 업무를 제외한 부분은 개방해 다른 기업들과 경쟁을 펼치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IT서비스 기업들은 이번 공정위의 일감 개방 관련 기준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업계 전문가들도 포함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대략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문구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자율 기준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기업 입장에서는 강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SI는 물류나 급식과 달리 기업의 핵심 업무 데이터를 다루고 있어 외부에 개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것을 살펴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