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LG이노텍 공장 전경. (사진=LG이노텍)
▲ LG이노텍 공장 전경.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이 지난 12일 매출액 증가에도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11.3% 감소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절감 노력에도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인 비법이 궁금한데요. 보도자료에서는 LG이노텍만의 차별화 전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재생 에너지 도입, 고효율 생산설비 확대'등 여느 기업과 비슷한 이유만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LG이노텍 관계자 역시 보도자료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 답변을 했습니다.

비법을 알아보기 전 일단 얼마나 줄었는지 살펴봤습니다. LG이노텍 ‘2020-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Scope 3를 제외한 LG이노텍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은 2019년 39만4804톤(tonCO2-eq)에서 2020년 34만9985톤으로 감소했습니다. 전년 대비 직접 배출량(Scope 1)은 36.7%, 간접 배출량(Scope 2)은 9.7% 줄었습니다.

▲ LG이노텍 배출량 추이. (자료=LG이노텍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LG이노텍 배출량 추이. (자료=LG이노텍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성격과 범위에 따라 Scope 1, Scope 2, Scope 3로 나뉩니다. Scope 1은 사업장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의미합니다. Scope 2는 사업장에서 쓰이는 전기와 스팀을 만드는데 발생하는 간접 배출을 포함합니다. Scope 3는 물류, 출장, 협력사 제품 사용으로 인한 배출까지 집계한 온실가스 배출량입니다.

이중 Scope 2는 지역기반(Location-based)과 시장기반(Market-based)으로 나뉩니다. 지역기반은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내 환경 관련 기관 자료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들이 발표한 각종 요소를 기업 상황에 맞게 반영해 계산합니다. 시장기반은 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구매한 경우 이를 반영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하는 방식입니다.

▲ Scope 범위 설명. (자료=세계 자원 연구소 Technical Guidance for Calculating Scope 3 Emissions 보고서)
▲ Scope 범위 설명. (자료=세계 자원 연구소 Technical Guidance for Calculating Scope 3 Emissions 보고서)

LG이노텍은 지역기반 Scope 2 배출량을 보고서에 기재했습니다. 지역기반 배출량인 탓에 ‘신재생 에너지 도입 성과’는 보고서 내 Scope 2 배출량에 직접 반영되지 않았겠죠.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 온실가스 검증의견서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요. 2019년 각각 2893톤, 2만9272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던 오산·청주공장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에는 0으로 나타납니다. LG이노텍이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에서 철수하며 지난해 오산·청주공장을 폐쇄했기 때문이죠. 오산·청주공장은 생산실적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았습니다. 2017년 두 사업장에서만 7만2614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정도였죠. 

▲ LG이노텍 국내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자료=LG이노텍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LG이노텍 국내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자료=LG이노텍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했던 LG이노텍의 전략이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LG이노텍은 2019년 사업 구조를 재편했는데요. 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던 스마트폰용 무선충전 사업과 HDI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LG이노텍은 오산·청주공장에서 이들을 생산해왔는데요. 철수 결정 이전부터 생산량은 조절해왔습니다. 오산공장은 사실상 2017년 정리를 끝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산공장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2만5331톤에서 2018년 8002톤으로 급감했습니다. 청주공장은 2019년부터 생산능력을 조절했는데요.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5만4585톤에서 2019년 2만9272톤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두 공장이 폐쇄돼 온실가스 배출량이 0으로 나타난 거죠.

다만 LG이노텍 관계자는 "청주, 오산 공장 폐쇄만으로 온실가스가 감축한 것은 아니다. 청주, 오산 공장 생산라인 다수가 구미로 이동해 구미 공장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늘었다"며 "매출이 20% 증가한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도 온실가스 저감 활동,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공정가스 사용 최소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올해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 목표. (자료=LG이노텍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올해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 목표. (자료=LG이노텍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올해는 지난 3년과 달리 공장 페쇄 등의 이슈가 없습니다. LG이노텍은 예년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을까요. 일단 목표치는 보수적으로 잡아뒀습니다. 총 배출량을 매출액으로 나눈 원단위 배출량은 △2018년 5.97(t/억원) △2019년 4.95 △2020년 3.67 등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요. 올해 목표치는 3.5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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