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릭스라는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네트워킹 업체를 취재할 때면 묘한 동질감을 갖는다. 그 동질감의 정체는 서로 다른 분야를 다루면서 두 영역이 하나로 합쳐질 때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고민하는 모습이다.


시트릭스는 자사의 고객에게 새로운 컨셉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고객에게 전달하기 전에 자신들 먼저 이를 인지하고 숙지해야 하며, 자사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파트너들에게도 확실한 교육이 필요하다.


반면 기자인 나는 네트워크 분야와 애플리케이션 분야의 종사자들에게 서로 다른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별개일 것만 같았던 두 개의 영역이 왜 합쳐지고 있고, 이런  융합이 고객들에게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지 각 영역에 속한 종사자들 뿐아니라 이 글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설명을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우미영 시트릭스시스템즈코리아 지사장은 “거의 1년 동안 새로운 시장 접근을 위해 나 자신, 그리고 우리 회사, 우리 파트너들이 변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전하고 “그 결과가 고객들도 이제 우리가 어떤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고, 이런 제품을 통해 고객이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시트릭스시스템즈는 서버 기반 컴퓨팅(SBC)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서버 기반 컴퓨팅은 기업내 모든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가상화해 중앙에 위치시키고 개인 사용자들의 데스크톱이나 모바일 기기에는 결과값만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모든 데이터들이 회사 중앙 서버에 저장되기에 보안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네트워크 인프라 속도가 느린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56Kbps 정도의 속도만 있으면 업무를 보는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 서버 기반 컴퓨팅 솔루션은 전세계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에게 유리한 전산 투자 방식이다. 

인수 합병은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네트워킹' 완수 목적

서버 기반 컴퓨팅 업체인 시트릭스가 지난해 10월 ‘시트릭스 I포럼 2006’ 행사를 맞아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네트워킹' 업체로 변신을 선언했다. 시트릭스는 시스코나 주니퍼, F5 같은 네트워크 업체가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대세인 상황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이해한 회사 중 유일하게 네트워크 분야로 발을 담그고 있다. 


모든 시스템을 중앙에 위치시키면 그만큼 중앙 서버에 트래픽이 집중된다. 고객들은 웹 기술을 사용해 전사적으로 흩어져 있던 시스템들을 하나둘씩 통합하고 있다. 서버를 통합하고,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도 통합하기에 여념이 없다. 또 전세계에 산재돼 있던 인터넷데이터센터도 그 수를 대폭 축소시키면서 대륙별로 한 두 개로 통폐합시키고 있다.


시트릭스는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네트워킹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인수 합병을 단행해 왔다. 지난 2005년 8월 L7 스위치 업체인 넷스케일러를 인수했고, 웹 보안 솔루션 업체인 테로스를 인수해 넷스케일러 제품군에 기능을 통합시켰다. 지난해인 2006년 8월에는 WAN 가속기 전문 업체인 오비탈데이터를 인수했고, 12월에는 온디맨드 프로비저냉 전문 기업 아덴스를 인수했다.


그동안 서버와 기업 내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에 전통한 기업체였다면 이제는 네트워크기술 기업들을 대거 인수하면서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네트워킹 전문 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본사가 거대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업체를 인수하더라도 이를 현지화할 책임은 고스란히 현지 회사를 이끌고 있는 지사장의 몫이다. 우미영 지사장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우미영 지사장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기업용 솔루션 업체에 몸담고 있었다. 그것도 마케팅부터 영업까지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인물이다.


기존 네트워크 업체와 차별화 시도

2004년 현재의 시트릭스에 합류했지만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본사는 물론 국내 유한회사도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전혀 다른 영역이었던 네트워크 장비 회사들을 인수했으니 정신이 없었을 수밖에.


우미영 지사장은 “전혀 다른 영역인 듯 보였는데 시트릭스가 지향하는 바를 완성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회사들이었다. 기존의 영업 방식이나 또는 전통적인 네트워크 장비 유통 방식으로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우리의 가치나 장비의 가치를 전달할 수 없어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한다.


네트워크 장비는 일반적으로 국내 지사나 유한회사들이 직접 고객과 접촉하는 기회가 많지 않다. 시스템과 네트워크 통합 업체가 직접 고객을 만나기에 적절히 줄을 잘 서야 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전략이나 혹은 새로운 컵셉의 장비를 직접 고객에게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L7 스위치의 경우 보안, 압축, 캐싱, 로드밸런싱 등 전형적인 기업 내 애플리케이션들과의 연동이 필수적인 장비이기에 고객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기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간 경쟁처럼 가격 위주의 출혈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네트워크 관리자들만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서버 담당자나 애플리케이션 담당자들과도 반드시 접촉을 해야 한다. 새로운 컵셉이기에 IT 아키텍처들을 만나야 제대로 장비 기능이나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고객을 만나는 파트너사들도 이 부분에 익숙하지 않다.


우 지사장은 “지난 1년간 파트너들과 오전에 관련 스터디를 진행했다. 또 제안서를 작성할 때도 같이 합류해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우미영 지사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를 “회사를 운영할 때 예측 가능성의 틀이 마련됐다”고 정리한다. 외국계 회사들은 분기별로 실적을 체크한다. 그동안은 어떤 고객이 도입한다고 했다가도 어떤 이유로 연기되거나 취소됐는지, 또는 어떤 프로젝트들이 시장에 떳다가 사라지는지, 이 프로젝트 수주는 어떻게 됐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런 파악이 끝났다는 설명이다.


우미영 지사장과 인터뷰하면서 네트워크 업체들이 크게 외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네트워킹’의 메시지가 제대로 고객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우미영 지사장은 앞서 말한대로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고, 전혀 생소한 네트워크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두 부분을 어떻게 결합해 고객에게 전달해야 될지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나름의 방법을 찾아냈다.


이와는 달리 네트워크 업체들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과연 그들은 네트워크 이외에 과연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들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해하기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는가? 여전히 네트워크 장비에 익숙한 마인드와 시장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을까?


자신들이 변했을 때 궁극적으로 고객들이 해결하고 싶었던 바로 그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함으로부터의 탈피와 끊임없는 자기 학습. 

우미영 지사장을 인터뷰하고 나서 회사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기자의 뇌리에 떠오른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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