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 베트남과 러시아, 그외 동유럽 국가들. 세계 경제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흥 강자들이다. 우리나라는 동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 지리적으로 이들 나라와 아주 가깝다. 동양 사회라는 점 때문에 서양 기업에 비해 동질감을 갖기도 훨씬 유리하다. 문제는 이런 기회를 어떻게 내실있는 성과로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쓰리콤은 지난 2003년 11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시장을 겨냥했지만 이와 함께 제조 부문의 원가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전략 달성도 내포돼 있었다. 미국 기업들은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본사 차원에서 연구개발을 꾸준히 단행하고 있지만 제조는 아웃소싱을 통해 인력과 운영비용, 가격 자체를 줄이고 있다.
쓰리콤은 최근 '화웨이-쓰리콤'의 지분 49%를 전량 인수했다. 이제는 조인트벤처가 아니라 확실히 쓰리콤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업부로 만든 것. 이번 행보로 쓰리콤의 총 직원수는 6천200명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 가운데 중국 현지 직원 수만 무려 4천500명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쓰리콤이 중국 회사인가, 미국 회사인가. 물론 법적으로야 미국 회사지만 중국인들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쓰리콤의 매출 50%를 화웨이-쓰리콤 조직이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화웨이-쓰리콤은 중국 시장을 포함해 쓰리콤과 동일하게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여왔다. 아직은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지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에드가 마스리 CEO는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중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지분 인수를 단행했고, 조직들을 통합하고 있다. 이번 통합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네트워크 업체로 급부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얘기도 들어보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신흥경제 국가들 사이에서 확실한 우위를 다지고 있다. 운영체제 시장에서 윈도의 점유율은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 유닉스의 점유율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런 배경에 대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호웅기 부장은 재미있는 해석을 덧붙인다. 그는 "이제 막 정보화를 단행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의 IT 인력들은 윈도 환경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우리나라 전산실 실무라인들이 유닉스와 오라클로 대변되는 세대였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는 것.
이는 90년대 학번 이후 세대가 윈도 3.1이나 윈도95를 접했고, 점차 이들이 전산실의 핵심 인력으로 부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신흥 경제대국들의 경제 성장과 함께 자사 제품의 시장 점유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본사 차원에서도 상당히 고무돼 있다는 말은 주위깊게 들어 볼 대목이다.
쓰리콤이나 마이크로소프트를 예로 들었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기업을 제외하고 소프트웨어나 네트워크, 서버와 IT 분야에서 이들 나라와 동반성장하는 국내 기업들은 누가 있을까? 글로벌 업체들은 이들 나라 성장 열매를 확실히 걷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떤 상황인가?
IT 기업들 중 삼성이나 LG를 빼고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신흥시장이 부상한다고 해도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면 '그림의 떡'이 될 수 밖에 없다.
동반 성장의 기회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누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빠른 시일내 대표적인 기업들이 많이 쏟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