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음성신호를 문자로, 문자신호를 진동으로 변환해 손가락 윗부분을 진동시키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예를 들어 “Hi(하이)”라고 말하면 시청각 장애우가 착용한 특수장갑이 “H(에이치)” 와 “I(아이)” 라고 정의된 손가락의 특정 위치를 진동시킨다. 

또한 장애우가 손가락의 특정 부위를 진동시키면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화면에 문자로 나타내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소프트웨어는 음성신호를 장애우에게 진동으로 실시간으로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보고 듣지 못하는 장애우가 정상인과 함께 무리 없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의 이름은 '핑거코드'라는 프로그램이다.


누가 이런 소프트웨어를 만들까? 주인공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이매진 컵 2007 한국대표로 선발된 세종대학교 엔샵605팀이다. 

이매진컵 2007 한국대표 선발

어떻게 이런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을까? 아쉽지만 그들은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이 아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들보다 더 먼저 만나볼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전하고 싶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능력을 펼쳐보이도록 무대를 마련한 이들. 바로 그들이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매진 컵 2007 본선 행사가 오는 8월 국내에서 개최되는 것도 이들을 인터뷰하는 하나의 이유다. 이매진 컵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행사지만 각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열리는 행사는 아니다. 이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각 나라별 회사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그런 경쟁을 뚫고 국내 행사 유치에 성공했다. 그들은 왜 이번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을까? 그것이 정말 궁금했다. 


이매진 컵은  16세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경진 대회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제 1회 대회가 열렸고, 그 후 브라질, 일본, 인도를 거쳐 올해 우리나라에서 최종 본선이 개최된다. 

'상상하라! 모두의 교육을 위한 기술을!(Imagine a world where technology enables a better education for all).' 이번 이매진 컵 2007 행사의 주제다. 

이런 주제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설계, 임베디드 개발, 웹 개발, 프로젝트 오시미 프로그래밍 대결, 정보기술, 알고리즘, 단편영화, 인터페이스, 사진 등 총 9개의 부문에서 경쟁이 벌어진다. 

이번 대회를 놓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일과 폴란드, 멕시코, 한국 회사간 개최지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독일마이크로소포트는 아시아 대륙에서 세번이나 하느냐는 문제제기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압박했다. 

박남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과 플랫폼 전도사업부 상무는  "대륙별로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개최 이유를 더 잘 설명하느냐의 경쟁이었던 만큼 우리가 준비를 더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전하고 "특히 교육인적자원부 지원도 대회 유치에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특히 이번 주제가 '교육'이었다는 점에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잘 준비했고, 독일보다 유리한 외적 요인이 있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는 화상통화, 지상파DMB, 위성DMB,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무선LAN, PC방, 광대역초고속인터넷 등 전세계 이들이 깜짝 놀랄만한 미래 기술들이 현실화 된 나라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디지털 라이프가 이미 구현돼 있는 것.

여기에 개최지 서울은 옛 조선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안고 있다. 미래와 과거, 그리고 현재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 이런 전략은 잘 먹혀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개최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박 남희 상무는 "전세계 많은 학생들이 동일한 주제를 놓고 어떤 상상력들을 발휘하는지 직접 국내 학생들이 체험하길 원했다. 기술 구현 방식에서는 국내 학생들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하나의 주제만을 던졌을 때 하얀 백지를 채워나가는 과정과 문제 해결 방식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직접 보기 바란다"고 설명한다. 

오기가 있었던 것도 개최를 유치하기 위한 한 요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벌이는 행사지만 참가 국가만 100여개 국이 넘는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를 뺀 전세계 모든 나라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 5회 대회를 맞고 있지만 한국 대표가 본선에 나간 적이 없다. 

홍성학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플랫폼 비즈니스 그룹 부장은 "우리가 홍보를 못해서 유능한 참가자들을 못 뽑은 것인지, 아니면 소프트웨어 역량 자체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떨어지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또 정부도 때마침 IT 강국에서 소프트웨어 강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이공계 학생들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해 점차 관심을 멀리하고 있다. 홍 부장은 "국내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최근 이매진 컵 참가자들을 보면 세계의 시장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 행사에는 6만 7000여 명이 예선에 참가한다. 그 중 45%가 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 학생들로 몇년전 부터 주목을 끌었던 브릭스 국가 학생들이 가장 활발히 참여한다. 그리고 폴란드나 헝가리, 유고, 세르비아를 비롯해 남미 국가의 학생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일본, 호주, 영국 등은 브릭스 국가 학생들이 참여열기와는 대조적이란다. 새로운 시장 기회가 있는 곳들에서 참여도 그만큼 뜨거운 상황이다.

홍성학 부장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 한가지를 들어달라는 질문에  "다른 나라 참가자들은 이런 행사를 자신들에게 하나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면서 "인도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학생들과 직접 만나볼 때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한다.

5회 째 맞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 학생들에 대해서 느낀 점에 대해서 물어봤다. 답변은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교육 문제까지 이어졌지만 간략히 소개해 보겠다. 

"어떤 문제를 주고 이를 풀라고 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하지만 큰 주제만 주고 알아서 디자인하고 설계하라고 하면 그 때부터 차이가 난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까지 모두 생각해야 한다. 건강이라는 한 주제를 제시했을 때 한국 학생들은 잘 헤쳐나가지 못한다."

"발표하는 방식도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다. 이건 정말 교육 시스템 자체의 문제다. 다른 나라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왜 이런 것에 관심을 가졌는지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다른 이들을 설득하고 영향력 있게 호소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자신이 왜 문제를 느끼는지 잘 이야기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경진대회가 있는데 어려운 기술 구현에 중점을 두고, 실제 환경에 접목 가능한 분야에 대해서는 약한 것 같다. 소프트웨어는 안쓰면 무용지물이다." 

그럼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 이런 문제들을 많이 느낄까? 홍성학 부장은 "당연하다"고 전한다. 

홍 부장은 "기술적인 구현 부문에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갖는다. 충분히 능력이 있다. 올해 임베디드 분야가 신설됐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의 능력이 돋보이고 있다. 영어도 왜 자신에게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수많은 상상력들이 어떻게 실제 구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학생들에게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380명의 신청자들이 올해는 2000명으로 늘었다. 대회에 참가했던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팀을 꾸리도록 돕거나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도 생겨나고 있다. 일종의 커뮤니티처럼. 

올해 아깝게 이매진컵에 도전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내년에도 기회가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니까 내년에는 해외에서 개최될 것이 뻔하다. 개발도 해보고 운이 따르면 해외 여행도 가보고. 16세 이상 학생이면 누구나 도전 가능한 행사다. 멍석은 깔려 있다. 이제 신명나게 놀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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