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SHOW)'와 '쓰리지플러스(3G+)'. 최근 텔레비전을 비롯해 신문, 잡지, 인터넷 등에서 심심찮게 마주치는 말이다. 두가지 모두 차세대 이동통신 브랜드로, 고속데이터패킷접속(이하 HSDPA) 시대를 맞아 영상통화와 무선데이터 통신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다.

두 브랜드는 광고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듯 '화상통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두 브랜드가 3월부터 내놓고 있는 광고를 보면 이전 광고와 많이 달라보인다. 무엇이?
혹시 지난해 말부터 쏟아졌던 화상통화 광고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어느 날 난데없이 두 청춘 남녀가 휴대폰을 켜고 마구 달려가더니 옥상에서 만나고(SK텔레콤), 갑자기 이곳 저곳의 몸을 휴대폰으로 훑어보던 그 광고(KTF)를 말이다. 혹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맘에 든다고 얼굴보고 통화했다가 막상 만났더니 여자가 더 크고 여자 품에 안기는 그 광고는 기억이 나실까?
두 광고 모두 새로운 화상통화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고, 젊은 남녀가 등장하는 동일한 컨셉이었다. 다만 회사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3월부터 그 광고들이 크게 바뀌었다. 3월은 HSDPA 전국망이 구축된 달이다. 이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여기서 잠시 두 회사의 브랜드 전략을 좀 살펴보자. SK텔레콤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지난해 7월19일, 새로운 이동통신 대표 브랜드인 'T'를 선보였다. 'T'는 통신(Telecom), 기술(Technology), 최고(Top), 신뢰(Trust) 등을 상징하며, 단순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뛰어넘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이후 8월1일부터 'T'의 본격 론칭과 함께 HSDPA 서비스는 'T 3G+'로, 요금제는 'T PLAN'으로, 고객 체험형 매장을 'T World'로 통일시켰다. 이동통신 서비스 초기 '스피드011'이라는 이름을 널리 앞세웠던 것과는 질적으로 큰 변화다. SK텔레콤이 밝힌 것처럼 이제는 통신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미디어 그룹'으로 자리잡기를 희망하고 있다.
난데없이 나타난 "나는 나를 좋아한다. 나는 T다"라는 광고는 이같은 전략을 잘 보여준다. 통신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개성이 강한 젊은이들만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것일까? KTF의 반격에 시장을 선도하는 SK텔레콤이 웬일로 반응을 보인다. '보여주는 쇼는 싫다'라는 멘트를 자사 광고에 집어 넣으면서 말이다. 후발 주자와의 비교를 원치않았던 SK텔레콤으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KTF는 HSDPA, 즉 화상통화와 무선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통신 서비스 시장에 '올인'하고 있다. KTF도 ICET(정보,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거래) 등 이동통신사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긴 했지만 SK텔레콤에 비해서는 공격적이지 않았다.
그런 KTF가 지난 3월 HSDPA 전국망을 구축하면서 'SHOW'라는 브랜드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갑자기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티저 광고를 내보이더니 이제는 각 세대별로 화상통화에 대한 느낌을 담은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을 쫒는 후발주자였던 KTF가 화상통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확실히 선점하기 위해 '사람'을 중심에 뒀던 SK텔레콤의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은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다.
KTF는 화상통화 시대만큼은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확실한 선두기업 이미지를 쌓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런 전략이 초기에 먹혀 들어간 것일까?
이달 말까지 HSDPA 전국망을 구축하는 SK텔레콤은 3월9일부터 '라이브 온 3G+'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은 'T'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다시 통화를 강조하는 웃지 못할 일을 벌이고 있다. '나는 내가 좋다'고 자랑하던 젊은이들은 어딜가고 이제 따뜻한 소통을 꿈꾸는 이들의 소식이 등장했다. 그것도 유명 개그맨 부부가 등장하면서.
3G+라는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지은 것도 살펴볼 일이다. 1세대니 2세대, 2.5세대, 3세대는 일반인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SK텔레콤은 이런 것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기업이다. 그런 SK텔레콤이 새로운 서비스 브랜드에 전문가들이나 알고 있는 숫자를 넣은 것은 아이러니하다. 두 회사의 마케팅과 광고 전략이 새로운 HSDPA 시대를 맞아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화상통화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새로운 서비스가 시작된 올해 'SHOW'와 '라이브 온 3G+' 의 대결만큼은 그 서비스의 안착만큼이나 상당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