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터와 보안 장비, 가속기 장비를 제공하는 주니퍼네트웍스코리아와는 질긴 인연이 있다. 졸라서 관계자 인터뷰를 하고도 쉽사리 기사화하지 못했다. 공부를 게을리 한 게 이유이자 변명이다. 

IP멀티미디어서브시스템(IMS) 관련해서 또 다시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벌써 세번째다. 이제서야 글을 쓸 용기가 생겼다.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고 이런 기술들이 통신 사업자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쉽게 설명할 자신이 아직도 부족하지만 반복학습의 효과 때문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를 했다.

IMS는 딱히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좀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유무선통신사의 인프라를 표준화하고, 개방하고 재사용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망을 구축할 때마다 그 망에 얹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별도의 시스템들을 구성하지 말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IMS는 크게 라우터나 스위치같은 전달 계층과 이런 전달 계층에서 나오는 수많은 신호들을 소비자들이 받아보는 서비스 계층에 전달하는 제어 계층 등으로 나뉜다. 주니퍼네트웍스는 전달 계층과 제어 계층 분야에 솔루션과 장비를 제공하는 업체다.

매트 콜론 주니퍼네트웍스 아태지역 최고기술임원(CTO)는 "유선전화 사업자가 전화 사업과 인터넷 접속 사업, 방송 사업, 이동통신 사업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 때마다 서로 다른 시스템을 구축하면 비용 효율성면이나 서비스 연계가 쉽지 않다"며 "특히 수많은 장비들을 통제하는 제어 계층이나 그 하위의 인프라 계층을 잘 설계해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선 사업자나 무선 사업자들은 전통적인 수익원인 음성통화 매출이 격감하거나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들이 데이터 통신 분야에 눈을 돌리거나 서로 다른 서비스들을 한묶음으로 제공하는 '번들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런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려고 하지만 새로운 상품들은 이전의 인프라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매트 콜론 CTO는 동일한 IP지만 이전의 IP와 차세대 IP는 확실한 차이가 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수많은 프로토콜들을 이해하면서 상호 호환성을 확보해야 하고, 그에 맞게 네트워크도 지능화돼야 한다. 또 보안은 빼놓을 수없는 부분이다. 여기에 미래 시장 변화까지 염두에 둔 확장가능하고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번들 상품을 개발하기 쉽도록 해야 하고, 개인 뿐아니라 기업 고객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 하나가 모두 만만치 않은 분야다. 주니퍼 또한 모든 분야를 제공할 수 없다.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니퍼는 홍콩 통신회사인 PCCW에게 인프라와 제어 계층에 해당되는 솔루션 일부를 공급했다. PCCW는 방송, 전화, 이동전화, 인터넷 접속 서비스 등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 특히 PCCW는 IPTV 분야에서 전세계 많은 통신사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사업자다. PCCW는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ESPN, STAR, HBO 같은 유명 콘텐츠 제공 업체와 독점 계약도 맺고 있다.

또 이동통신사도 인수하면서 이제는 수많은 번들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 맞도록 내부의 시스템 인프라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는 것.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 변화로 통신사업자들은 급격한 수익상승 효과를 누렸을까?

매트 콜론 CTO는 "명확히 수치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PCCW와 동일한 고민을 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어떻게 그와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운용하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하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로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좀더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신 제어 계층 운영을 고민하는 사업자들에게 PCCW의 사례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한다. 제어 계층은 수많은 네트워크와 통신 인프라 장비를 통제할 때 자신들이 이미 수립해 놓은 정책에 따라 운영되게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IMS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한데 많은 통신사업자들은 독자적인 제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특정 장비 업체나 솔루션 업체에 의존하기 보다는 핵심 분야기에 독자 개발을 하는 곳들이 많다. 대신 얼마나 개방되고 표준화된 내용으로 개발하느냐가 핵심이다. 또 제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장비 업체들도 오픈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니퍼네트웍스는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업자들을 겨냥해 업그레이드한 솔루션도 3월 21일 출시했다. 이 솔루션은 가입자 인증과 과금 등 가입자 관리와 정책 제어 기능을 제공하는 SRC(Session and Resource Control). 

SRC 솔루션은 서비스 공급자들이 추후 계획하고 있는 멀티플레이와 모바일 서비스 등 IMS를 기반으로 제어 계층에서 다양한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해 주도록 설계된 정책 제어 분야의 핵샘 기능을 제공한다. 

주니퍼는 KT와 하나로텔레콤의 신인증, 통합인증 서비스를 위해 제공되었던 SDX300을 공급한 바 있다. 이번 제품도 IP네트워킹 부문에서 축적된 자사의 경험과 리더십을 정책과 제어 부분으로 확대해서 네트워크 운영과 구축을 간소화하고 향후 IPTV, VOD, VoIP, 모바일/FMC 애플리케이션 등과 같은 멀티플레이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성능, 안정성 및 확장성을 제공하겠다는 것.

매트 콜론 CTO는 거듭 "오픈 스탠다드, 오픈 프로토콜 분야에 사업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발주자로서 내세우는 전략이지만 동시에 표준과 개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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