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미래기술, 오늘의 눈으로 상상하지 말라."
"지금 아이들은 팝콘을 쉽게 만든다. 전자레인지에 넣기만 하면 팝콘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옥수수를 주고 팝콘을 만들어보라고 하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IT 기기들도 이제 패션과 만나고 있다."
"제품 색깔을 페인팅하지 않고 이제 프린팅한다. 플라스틱에 문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전혀 다른 업종의 변화와 개인들의 라이프사이클 변화를 눈여겨 보고 있다. 이를 제품 디자인에 반영한다."

스테이시 울프(Stacy Wolff) HP 퍼스널 시스템 그룹의 노트북 디자인 책임자(CDO)는 'HP 모바일 혁신 투어' 행사차 방한해 수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그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라도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한 디자인과 제품은 전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중심적 사고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아시아 시장의 급부상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아시아 시장은 북미 시장과 유럽에 비해 아주 작은 시장이었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과 인도는 매년 7%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베트남 같은 후발주자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급부상하는 아시아 시장을 손놓고 있다간 미래의 시장 주도권을 상실한 우려가 크다. 이들이 아시아 인들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제품 기능, 무게 등에서 아시아인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떠야 대접받는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스테이지 울프 디자인 책임자는 특히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보고 미주와 유럽국가 소비자들이 모두들 깜짝 놀랐다. 아시아 시장을 새롭게 주목하는데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다"고 전한다.

HP가 아시아 시장만을 겨냉해 출시한 첫 제품은 테블릿PC인 'TX1000'이다. 물론 이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 비스타'를 탑재하기 위해 '무리하게' 시장에 출시한 감이 없지 않다. 밧데리 시간이나 LCD의 밝기, 무게 등 아시아 시장만을 겨냥한 제품치고는 실망스러운 기능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스테이지 울프 디자인 책임자는 "제품이 출시되고 나서 많은 피드백을 받고 있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됐기에 지속적으로 관련 기능들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밝혔다.
HP는 아시아 고객들을 겨냥하기 위해 대만에 위치한 디자인센터에 아시아인 디자이너 2명을 추가로 합류시켰다. 디자인센터가 바로 다국적 기업들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라틴계열부터 아시아계, 여성과 남성 등 전세계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디자인센터 구성원들부터 다양화시키고 있다.
IT 기기 특히 모바일 기기들은 언제 어디서나 개인이 휴대하기 편하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패션 명품과 같은 느낌을 풍겨야 한다. HP는 이번 쇼케이스에서 손목시계 형태의 개인용 무선 게이트웨이와 무선 허브, 시계에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휴대용 개인 디스플레이 매트를 선보였다. 또, 개인용 무선 게이트웨이 정보를 기반으로 한 태블릿 형태의 씬클라이언트 기기와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디지털 지갑, 정보 공유가 가능하고 무선 게이트웨이와 시계 등의 충전기 역할을 하는 스마트 진열대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스테이시 울프 CDO는 "태블릿 형태의 씬클라이언트 기기 등은 가장 빨리 상용화될 것 같다"고 전하고 "IT 제품 디자인들은 패션, 가구 전시 등 전혀 다른 영역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들을 면밀히 검토해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8살 아이가 20살이 됐을 때 어떤 세상이 됐을지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컨셉 제품들을 보고 "비현실적이 아니냐"고 묻는 것 자체가 미래에는 비현실적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HP가 10년 후의 미래 제품이라고 선보였지만 어떤 제품들은 매우 낯익기까지 하다.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스테이시 울프 책임자는 "5년 후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은 제품도 있다. 굳이 10년이라고 하는 이유는 제품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디자인하면서 과연 기술이 지원해줄지, 현실성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면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하기 어렵다. 물론 많은 기술들이 빠르게 변하면서 이런 혁신적 제품 디자인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믿지만 디자이너들에게 너무 압력을 가하면 안된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구현된 기술이라도 실제 제품화 됐을 때 인정을 받는다. 이 때문에 좀더 쉬운 길을 선택한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스테이시 울프 책임자는 "엔지니어 일부를 디자인팀들에 합류시키면 된다. 제품 디자인 단계부터 참여시키면 이런 충돌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전한다.
'미래 기술'과 관련해 스테이시 울프 담당자는 "미래 사회가 로보캅처럼 이상한 헬멧들을 쓰고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술들이 좀더 사회성을 지니고 개인에게 특화되지만 동시에 공동체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의 사회성'이라는 말은 좀 낯설기도 하다. 그는 노트북이 대표적인 반사회적 제품이라고 말한다. 노트북 맞은 편에 앉은 이와 노트북 사용자 사이에는 노트북의 모니터라는 장벽이 처져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반사회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란다. 그래서 새로운 미래 제품들은 아주 투명하다 못해 다 비치기까지 한다.

그럼 향후 어떤 것들을 디자인하고 싶을까? HP는 제품에 경험을 내장시키길 원한다. 그는 "구두를 디자인한다고 했을 때 구두를 신고 나서의 느낌과 경험이 중요하다. IT 제품도 마찬가지다. HP 모바일 기기들을 통해 개인과 가족들의 유대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체험과 느낌을 어떻게 담아낼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테이시 울프 CDO는 이런 디자인들이 단순히 가정 시장과 개인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업 고객들도 재택근무 환경과 비슷한 업무 스타일을 선호하게 될 것으로 본다.
한편,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추아희쿤(Chua Hwee Koon) HP 아태지역 노트북과 휴대기기 마케팅 책임자는 HP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와 관련해 약간의 정보를 공개했다. 그녀는 "11월이나 12월에 터치스크린형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위해 한국 통신사들과 조율중"이라고 전했다. HP는 지난 3GSM에서 키패드 기반 스마트폰(모델명 아이팩 500)을 선보였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터치형 인터페이스를 선호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