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과 영상 통화와 단문문자메시지, 로밍 기능만을 제공하는 단말기가 국내 시장에 출시됩니다. 소비자들은 무선인터넷 기능을 넣지 않은 통화 기능만을 강조하는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30만원대의 저가폰이 선을 보일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로 인해 국내 단말기 시장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해외 저가폰 업체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부는 3월 30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음성과 영상 통화와 단문문자메시지, 로밍 기능만을 넣은 특화 단말기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KTF는 KT아이컴과 합병당시 ‘합병인가조건 세부이행 계획’을 제출했었습니다. 당시 제출한 자료에는 ‘위피 탑재 의무 조항’이 있어서 모든 휴대폰에 위피를 의무적으로 탑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KTF가 화상 통화 시대를 열면서 위피를 뺀 저렴한 폰을 출시할 수 있도록 요청하자 이를 심의해 승인키로 한 것이죠.


그동안 정부는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 규격(WIPI; 위피)을 의무적으로 탑재시키도록 했었습니다. 당연히 단말기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단말기 제조 업체입장에서도 위피를 탑재해 테스트하다보니 출시 시기도 앞당기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외형적으로는 위피 탑재를 의무화해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 공급자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뜻 이외에 국내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에 위피를 탑재시키도록 의무화하면서 해외 단말기 업체들의 국내 진입을 늦추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습니다.


그동안의 정책이 이번 특화 단말기 출시 허용으로 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강대영 정보통신부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이런 정책 변화에 대해 "이용자 편익증진과 모바일 콘텐츠 호환성 확보, 이동통신 사업 활성화 측면을 염두에 둔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사용자 중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47% 정도라고 합니다. 나머지 53%의 이용자들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도 많은 결정요인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정부는 통화 기능과 함께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은 무조건 '위피'를 탑재해야 한다고 밝혀 위피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의 결정은 몇가지 문제점을 띄고 있습니다. 정부는 위피 탑재를 강력히 추진해 왔습니다. 정보통신부는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정책으로 다양한 모바일콘텐츠 사업자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사용해 왔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이통사들이 위피없는 단말기를 출시하게 되면 무선인터넷 사업에 참여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통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애초의 정책 목표가 달성됐고, 또 무선인터넷 미사용 53%의 이용자들에게 강제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 결정이 53%의 이용자들을 배려한 정책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았으면 정부가 과연 이런 정책을 폈을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또 정부의 말을 역으로 뒤짚어 보면 그동안 이용하는 기능 이외의 것들이 내장된 휴대폰을 소비자들이 강제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방치해 왔다고 자인하는 꼴이됩니다.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혜택은 KTF가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KTF는 LG전자를 통해 위피 미탑재폰을 이미 마련해 놨습니다. 다른 사업자들은 좀더 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KTF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SK텔레콤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5년 1월 신세기통신과 합병하면서 합병인가 조건 세부이행 계획을 제출했습니다. 이 때 SK텔레콤은 '모든 단말기에 위피를 탑재하겠다'는 문구를 뺐었고, 정부도 이런 신청서를 승인해 줬다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자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기능을 넣은 휴대폰 위주로 출시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었는데도 안했다는 것이죠. 

한편, 이번 정부 결정으로 노키아를 비롯해 해외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입은 훨씬 수월해졌고 국내 단말기 업체들도 중저가폰 시장에서의 선전을 위해 대응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래저래 '위피' 없는 단말기 출시 허용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과 서비스 분야에 어떤 후폭풍을 안겨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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