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에 대한 기술과 사업모델이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런 웹 2.0 기술들을 기업 내부에 어떻게 적용할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름하여 '엔터프라이즈 2.0'. 어떤 업체를 먼저 취재할까 고민하다가 한국IBM의 로터스사업본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IBM은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 혁신에 대한 방법부터 자신들이 어떻게 혁신을 단행하고 있는지 직접 실사례를 보여준다.

물론 아직까지는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IBM의 그룹사 인트라넷 이름이 'ODW(On Demand Workplace)'다. 단순히 그룹웨어를 넘어 협업을 위해 웹 2.0 기술들을 적용하고 있고, 성과들도 나타난다.
박병진 본부장은 "다른 회사는 개념이나 기술을 소개하고 있지만 IBM은 이미 우리에게 적용됐던 기술과 실사례를 보여준다. 모든 기술들이 IBM에 적용됐다. 그 성과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3D 가상 세계인 ‘세컨드 라이프(http://www.secondlife.com)에 IBM이라는 회사를 차려놓고 임직원들이 여기서 회의를 한다. 상상이 되시나? 임직원들이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기업 회의를 한다는 그 사실이? 거대 기업이면서도 동시에 기술을 선도하고 있고, 그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국내 대기업들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고민해 봤다. 아마도 IBM이 관련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해당 제품을 팔다보니 어떤 기술이 등장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거나 모르면 빨리 도입해 내부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본다. 국내 업체들이 새로운 화두가 등장해도 이를 선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솔루션 업체들이 영세하기 때문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프로세스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중소 기업에 적용된 프로세스를 무작정 대기업 업무에 적용하기엔 많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IBM이 적용하면 말이 틀려진다. 반도체 업체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심지어 서비스까지 판매한다. 그것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동일한 고민을 하는 기업들이 IBM의 행보를 눈여겨 보고 그 사례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기업들은 전세계 최고의 성공 사례들을 꾸준히 찾아내고 있다. 물론 블루오션의 저자 김위찬(56) 유럽경영대학원(INSEAD) 석좌교수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3/30/2007033000571.html)에서 "단순한 벤치마킹으로는 시장을 이끌 수 없다"고 말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해외의 성공 사례를 자신들의 몸에 맞추기도 버겁다. 전혀 다른 업무 환경이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와 그 조직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도 다르다. 국내 기업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IBM의 사례를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 유병수 한국IBM 실장은 "웹 2.0 기술을 무작정 기업에 적용할 수 없다. 기업들은 원활한 협업을 하더라도 보안성이 우선시된다. 또 불확실한 정보가 배포되고 이런 정보를 기초로해서 의사결정이 내려지면 안된다. 기업 내 인력들이 쏟아내는 정보 중에서도 선별을 해야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한 원칙과 도입 프로세스 등을 고민한 것이 바로 IBM의 ODW"라고 설명한다.

IBM 내부에서는 34만명의 직원들이 협업을 하고 있다. 블루페이지라고 불리는 IBM 사이트를 보면 키워드를 이용해 하루 700만 건의 조회가 일어나고 있다.
소셜네트위킹과 관련해서도 해법을 제시한다. 일례로 기업내 특정 기술을 알고 있는 정보근로자가 4명이 있다고 했을 때 그가 가진 지식들은 공유되기 힘들었다. 머리속에 저장된 것은 특히나 그랬다. 하지만 바뀌고 있다. 해당 전문가들이 즐겨서 찾는 정보사이트와 참조 자료는 무엇인지, 어떤 사항에 관심이 있는지 분류하고 공개한다. 이런 정보들이 기업 내 타 정보근로자들에게 아주 유익한 정보가 된다.
전문가들은 특정 블로그도 설치해 운영한다. 기업 내부 블로그뿐아니라 외부와도 소통한다. 전세계 많은 이들이 이런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기업 내 전문가는 스스로 학습을 하며 더 높은 경지에 이른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이미 실현되고 있는 내용이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기업들은 인사부서에서 모든 직원들의 프로파일을 관리해 왔다. 이런 상황이 변하고 있다. IBM 내 직원들은 자신들의 경력 사항과 자신이 가진 특기와 프로젝트 내용 등을 입력하고 부서 책임자가 이를 모니터하고 공개한다. 이 과정에서 수정되는 내용도 있다. 기업 내 정보 근로자들은 자신이 필요한 '사람'을 찾을 때 검색을 해서 전문가를 찾아낸다. 또 이 전문가가 가진 외부 인적 네트워크 정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사람을 건너 소개된 이들에게 연락을 하면 그만큼 수월하다.
박병진 한국IBM 본부장은 "연구개발 조직이 있어서 그런지 협업과 컨텐츠와 지식의 공유가 다른 회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전한다. 유병수 실장은 "연구개발의 경우 시간 싸움이다. 연구개발 조직 내 원활한 협업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타 회사보다 새로운 기술들을 더 손쉽게 적용하는 것 같다"고 자사의 변화를 설명한다.
한국IBM 로터스사업부는 변화된 기술들을 고객에게 선보인다. 단순히 그룹웨어가 아닌 새로운 협업 기술들을 실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박병진 본부장은 "웹 2.0이 표방하는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정신이 녹아든 기술들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협업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시장의 격변기에 IBM의 메시지는 경청할 만하다. 물론 IBM에게도 한계가 있다. 특히 한국지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변화들이 대부분 본사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국IBM은 내부에서도 이런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지난해엔 대형 고객사를 경쟁사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빼앗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병진 본부장은 "메시지 전달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하나의 개념과 그를 현실화시키는 제품에 대해서 정확히 전달했어야 했는데 개념을 소개해다가 일격을 받은 것"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틀려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3월에 국내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로터스피어 행사를 가졌고, 이 행사를 통해 어떤 제품들이 어떻게 업그레이드 되고, 신규로 인수한 솔루션들이 어떻게 접목되는지 보여줬다. 이런 행사를 지속적으로 가져가면서 고객들에게 다시 한발 다가설 계획이란다.
한편, IBM이 올 초 본사에서 진행했던 로터스피어 행사에는 100여개가 넘는 파트너들이 부스를 설치해 참여했다. 유병수 실장은 "파트너들 중 40%는 통합커뮤니케이션과 협업(UC2) 관련한 부스였고, 또 다른 40%는 이메일아카이빙이었다. 국내에서는 일단 UC2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엔터프라이즈 2.0의 변화가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소셜네트워킹, 그리고 기업 내 수많은 콘텐츠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에 모아져 있다. 특히 각 정보근로자가 보유한 암묵지(머리속에 있는 지식)를 어떻게 문서화하고 공유할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엔터프라이즈 2.0의 화두를 던지고 해결 솔루션까지 제시하는 한국IBM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