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소프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다. IBM과 BEA 등 세계 웹애플리케이션 서버(WAS)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글로벌 거인들이 국내 시장에선 1위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바로 티맥스소프트 때문이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국산 소프트웨어 업계의 대표주자로 꼽힐 만 하다.
하지만 티맥스소프트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듯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WAS외에 보안, 프레임워크, 데이터베이스,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통합(EAI) 솔루션을 연이어 발표하며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유일한 종합 소프트웨어 업체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다는 듯 올해 안에 특화된 산업용 전사자원관리(ERP)를 선보이고 운영체제(OS) 시장까지 넘보겠다는 야심이다. 더 있다. 검색엔진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무한질주다.
티맥스소프트가 4월19일 기자들을 초대해 간담회를 마련했다. 그리고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2010년까지 글로벌 3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하고 매출 규모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

4세대 컴퓨팅의 핵심으로 티맥스는 "'유저인터페이스 프레임워크'와 '인터페이스 프레임워크',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데이터 프레임워크'로 IT 시스템을 구성하면 비용 절감은 물론 현업 사용자와 IT 부서간 괴리를 줄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내후년에는 나스닥에 상장시키고, 국내에서도 기업 공개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금융권 두 곳을 상대로 후지쯔 메인프레임과 IBM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한 곳은 이미 성공적으로 가동중이며 나머지 한 곳은 5월까지 끝난다고 전했다. 이런 기회는 삼성생명의 리호스팅 성공 사례가 세계적인 시장 조사 업체인 가트너에 언급되면서 얻은 기회였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티맥스는 시티은행 배학 최고정보책임자(CIO)를 해외사업총괄 사장으로 영입했다.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시장을 정조준하겠다고 한다.
배학 사장은 "미국 산호세에 800평 정도의 사무실을 임차했다. 미국 현지를 담당할 CEO도 현지인으로 채용하기 위해 최종 면접을 모두 마쳤다"며 "티맥스글로벌로 명명될 이 회사는 티맥스차이나, 티맥스재팬, 티맥스유럽, 티맥스동남아 등 해외 지사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전과 목표를 세웠고, 로드맵도 준비됐다. 이제 도전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3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티맥스소프트의 야심찬 도전에 선뜻 박수를 보내기가 꺼려진다. 왜 그럴까.
회사의 비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는 전적으로 해당 업체의 몫이다.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것까지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비전이라는 것이 터무니없어 보인다면 괜스리 걱정이된다. 걱정도 팔자일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비전의 주인공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명실상부한 대표주자라면 좀 따져봐도 괜찮지 않을까.
티맥스소프트가 제시한 '2010년까지 글로벌 3대 소프트웨어 기업, 매출 3조원 달성'이란 비전을 한번 보자.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들을 대충 살펴보자.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SAP, 시만텍, CA, HP... 이미 다섯손가락이 모자라다. 일단 세계 1위와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은 제쳐놓고 보자. 이 바로 뒤에 티맥스소프트가 자리하겠다는 얘기니 말이다.
티맥스의 비전대로라면 오라클이 경쟁상대인데, 과연 3년안에 오라클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어떻게 봐야 하나. 오라클의 2006년 매출이 우리 돈으로 약 14조원쯤 된다. 매출 3조원에 3대 소프트웨어 기업이된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기적을 이뤄보겠다는 얘기다. 기적을 이루지 못하란 법은 없다. 왜 우리는 못할 것이며, 또 티맥스소프트가 그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꿈은 클 수록 좋은 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티맥스소프트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다.
언제부턴가 티맥스는 매번 목표와 비전만 높은 기업이란 인식이 업계에 퍼져있다. 지난해에도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실제 700억원에 못 미쳤다. 물론 700억원도 대단한 매출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세웠던 목표가 왜 달성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지키지 못하고 목표만 높으면, 의욕이 넘쳐 잘하고 있어도 불신을 부를 수 있다.
티맥스소프트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게 3년째다. 하지만 티맥스소프트의 DBMS '티베로'는 시장에서는 '불가사의'한 제품이다. 어느새 '티베로 3.0'이 나왔다는 데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소프트웨어 업체는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잠재고객들이 다운로드받아 평가해 볼 수 있게 하는 게 일반적이다. 티맥스소프트에 앞서 DBMS 시장에 진출해 있는 국산 개발업체 알티베이스와 큐브리드도 자신들의 제품을 홈페이지를 통해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티베로는 그 실체를 여간해서는 파악할 수 없다. 단지, 티맥스가 발표하는 내용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을 뿐이다.
하지만 티맥스소프트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하다. 박대연 CTO는 "티베로 3.0이 출시됐고, 올해 400여곳의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같은 야심찬 목표는 티베로 1.0, 티베로 2.0을 출시한다고 발표할 때도 늘 내세웠던 메시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운영체제도 개발하고 검색엔진 시장에도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숨가쁜 발표의 향연이다.
티맥스는 국산 소프트웨어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외산 대 국산'이라는 대결구도를 부각시켜왔다. 물론 이는 티맥스뿐 아니라 국산 소프트웨어 업계의 일반적인 전략이다. 언론과 정부는 이같은 구도에서 국산 소프트웨어에 늘 호의적이었다. '멋진 도전'이라며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왔던 것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 자국 업체가 도전하겠다는 데 그러지 말라고 하겠는가? 또 그걸 꼭 나쁘게 볼 것만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의 효과는 국내를 벗어나는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특히 소프트웨어 본고장인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서 '오라클을 잡겠다'고 한다면 어떤 반응일까. 국내에서야 티맥스소프트의 호언장담을 몇년이고 참아가며 기다려줄 수 있어도, 미국시장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오히려 호언장담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세계 1위의 메인메모리 DBMS 업체인 타임스텐의 관계자를 만났을 때 들은 얘기다. 그는 "왜 관계형데이터베이스 시장에 뛰어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우리 주식은 폭락하고 회사는 망한다. 오라클과 IBM, 마이크로소프트가 버티고 있는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했을 때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는 자명하지 않은가"라는 말을 했다.
박대연 CTO가 갖고 있는 원천기술 확보 의욕과 이를 달성하기 위해 날밤 세우며 연구하는 연구원들에겐 정말 박수를 보낸다. 박대연 CTO와 티맥스소프트 덕분에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제품을 저렴하게 국내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 하다.
박대연 CTO는 "운영체제와 데이터베이스 같은 원천기술을 확보해야만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와 경쟁할 수 있다.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만 그 위에 부가되는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티맥스 아니면 또 누가 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미국 시장 진출도 티맥스 아니면 누가 해보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의 신뢰성을 잃을 수도 있다. 이는 티맥스라는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티맥스소프트는 명실상부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대표주자다. 이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자면, 이제 '말 잔치'가 아니라 실제로 보여주는 모습이 더 필요하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티맥스의 행보가 더 신중해지길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