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계는 공공과 금융, 통신 분야와 함께 매년 IT 벤더들의 최대 수요처다. 최근 해외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거나 해외 직접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본사와 해외 지사간 업무 시스템 통합 작업도 활발하다.
전사적자원관리(ERP)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제조업계가 많다. 최근에는 생산관리시스템(MES)에 대한 신규 수요도 많다. ERP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을 정확하고 손쉽게 현업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국내 제조산업 관계자들을 초대해 제조산업세미나를 개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분류한 제조업계는 자동차, 산업장비, 하이테크-전자, 제약, 유틸리티 회사, 석유와 가스, 소비자 제품 등이며 국내에서는 조선업이 강세이기에 이 분야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ERP와 고객관계관리(CRM) 시장에 발을 담갔다. SAP나 오라클이 대기업 ERP와 CRM 시장에 주력하면서 최근에는 중견중소기업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견중소 시장을 타깃으로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기에 SAP와 오라클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지만 IT 분야가 그렇듯 밀접한 협력 관계도 맺고 있다.
이날 행사를 위해 방한한 빌 제럴드(Bill Gerould)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제조산업 담당 이사는 "제조 업체들이 사업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IT가 아니라 현업 부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분야가 다른 업체들과의 차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제조업체들의 협업 요구 사항을 수용하기 위해 파트너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CAD/CAM 업체들과의 협력이다. 다쏘나 오토데스크 등은 최근 자사의 제품라이프사이클관리(PLM) 솔루션들이 닷넷을 지원한다. 팀협업을 지원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쉐어포인트(Microsoft Office SharePoint Server 2007)을 PLM 솔루션과 연동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
박성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업고객사업본부 상무는 "PLM 솔루션들이 판매되면 자연스럽게 쉐어포인트도 판매되는 상황이다. 이런 전략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라고 설명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제조산업 파트너들과 협력해 ERP확장, 수퍼 컴퓨팅, PLM,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BI),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차세대 개발 프로세스 혁신 등의 구축 성공 사례와 적용 시나리오를 선보였다.
인텔은 UGS의 팀센터를 도입해 2만 4000명 이상의 협업을 하고 있다. 팀센터는 윈도서버 기반으로 SQL서버와, 쉐어포인트, 비즈토크, 프로젝트 매니저 기능을 자사 제품에 연동시켰다. 델의 경우 미래형 공장을 만들면서 IT 인프라가 전세계 모든 공장에 동일하게 사용되도록 '글로벌 카피 이그젝트'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때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들이 활용됐다.
철저한 파트너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닷넷 3.0을 선보였다. 기술의 변화가 너무 빨라 파트너 업체들이 솔루션을 개발하기에도 힘겨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빌 제럴드 이사는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뿐아니라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추세 자체를 돌이키기는 어렵다"고 이해를 구한다.
그러면서 글로벌 파트너들과는 자사 제품을 개발할 때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서로가 제품 로드맵을 공유하면서 공동 개발하고 있다는 것.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발표한 오피스 2007의 차기버전을 이미 개발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오피스 13'이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워크플로우 기능들을 대폭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이런 기능이 파트너 솔루션들의 워크플로우 기능과 적절히 결합될 수 있도록 이미 협력하고 있다는 것.
이 대목은 국내 솔루션 업체들에겐 약점이 분명하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로 성장하지 못하면 이런 긴밀한 협력을 가져가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홍주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은 "국내에서는 디벨로퍼 플랫폼 에반젤리스트들이 새로운 기술이 놔 왔을 때 지원하고 있고, 이전 버전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지 아키텍처 자체를 리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계를 겨냥하고는 있지만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IBM이나 액센추어 같은 비즈니스 컨설팅 조직이 없다. 이런 점이 약점이 아닐까? 빌 제럴드 이사는 "협력과 경쟁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컨설팅 분야에서는 글로벌 전문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컨설팅을 서비스를 받는 이유가 시스템이 너무 방대해 이를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 분야가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솔루션 파트너들이 구현하기 어려운 분야를 오피스 같은 프론트엔드 제품과 긴밀히 연계해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것.
하지만 비즈니스프로세스리엔지니어링(BPR)이나 애플리케이션 구현을 위한 엔지니어링 컨설팅 분야는 협력을 하는 분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ERP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관련 솔루션을 자사에 적용하지는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SAP 솔루션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SAP와의 협력은 오라클과의 궁극적인 경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ERP 사업은 크게 3가지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 SAP와 협력한 '듀엣'이 단적인 예다. 사용자들이 SAP의 ERP 시스템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한번의 인증만으로 엑셀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허브 앤 스포크 접근' 방식이다. SAP ERP를 사용하면서 필요한 기능들을 제공하는 것. 다이나믹 아답터를 통해 공급망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박스 360을 제조할 때 이런 기능들을 이용해 공급망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손쉽게 파악하고 있다.
나머지는 중견기업 공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 ERP 제품이 정조준하고 있는 곳이다. 고가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장이면서 동시에 저가의 솔루션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곳이다. 빌 제럴드 이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솔루션을 기본으로 해놓고 각 세분화된 제조업 분야의 특화된 기능들을 얹어서 판매하면 된다. ERP를 만들면서 경쟁하기 보다는 이를 응용해 부가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환율 하락과 유가의 상승, 선진국과 개도국들의 경제 성장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IT 부서가 현업 사용자들의 요구를 발빠르게 대응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접근이 이런 고민을 얼마나 해결해 줄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제조업체들과의 동반 성장을 노리는 수많은 솔루션 벤더들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사용자들이 가장 빈번히 사용하는 오피스 제품군과 코어 시스템들과의 결합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경쟁 무기다. 수많은 파트너들과 힘을 함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가 지난해 보다는 훨씬 탄력을 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최근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IT 예산 자체를 대폭 삭감하고 있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이런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가 생존의 관건이다.
동반 성장이냐 동반 침몰이냐는 기로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