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사파이어 2007 행사가 막을 올렸다. 하지만 핵심 발표는 한국 시각으로 25일 오전 9시에 발표된다. 헤닝 카거만 SAP CEO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변화'에 대해서 연설할 계획인데, 첫날부터 발표의 주제는 언급해놓고 구체적인 안은 뜸을 들이면서 참가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행사 첫날에는 협력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고객 100여명을 포함해 전세계 1만5천여명의 업체 관계자와 기자, 시장조사 전문가, 블로거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800개 정도의 기술 섹션에 참석해 혁신 사례들과 향후 고민들을 서로 공유하게 된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SDS가 컨설팅 업체에 특화된 솔루션 구현 사례를 발표하고 중부발전도 참석해 전사자원관리(ERP) 성공 사례를 공유하게 된다. 국내 기술파트너로는 라파앤컴퍼니가 부스를 마련해 놓고 국내외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전시부스도 264개 파트너사들이 참여했다. 전시장은 걸어서 20분을 가야 될 정도로 길다.
SAP는 올해 행사의 의미를 세가지로 꼽는다. 첫번째는 2003년에 발표한 각 제품간 로드맵을 약속대로 지키면서 기업 고객들이 엔터프라이즈 서비스기반아키텍처(SOA)를 구현하는데 일조해 왔다는 것. 또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공동 혁신을 추구하면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도 꼽는다. 마지막으로는 최고재무담당자(CFO)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위험관리와 규제준수, 기업성과 관리 등 재무 담당자들의 고민을 IT가 어떻게 해결해 주는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차기 CEO로 주목받았던 샤이 아가시의 공백을 누가, 어떻게 메울 것이냐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샤이 아가시는 3월말 돌연 퇴사해 SAP 자체는 물론 고객사와 파트너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SAP는 공식적으로 아가시의 퇴임이 SAP의 전략과 제품 개발 로드맵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도 이 대목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이 쏟아졌다.
SAP는 더그 매리트(비즈니스 유저 담당 총괄), 짐 하게만 스나베(산업 담당과 솔루션 담당), 지아 유소프(파트너 관련), 폴 클라우스(넷위버와 기술 아키텍처) 등을 포함해 다수의 임원들의 업무를 약간씩 조정하면서 샤이 아가시의 공백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SAP 더그 매리트 비즈니스 유저 담당 총괄은 "샤이 아기사가 SAP 전략을 만든 것이 아니라 SAP 전략에 샤이 아기시가 충실히 따랐다. 제품 로드맵도 이미 발표된 대로 진행될 것이다. 샤이 아기사 밑에서 각 분야를 담당하던 유능한 인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거듭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행사 첫날 SAP가 쏟아낸 보도자료만 12개다. 주목할 내용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와의 협력은 올해도 강화됐다. 두 회사는 기업용 응용프로그램에서 배출되는 수많은 정보가 안전하게 해당 시스템으로 전달되고, 파트너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시스코의 서비스 기반 네트워크 아키텍처(SONA)와 SAP의 ERP와 넷위버가 밀결합돼 대기업들의 서비스기반아키텍처(SOA) 구현을 손쉽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강화된다.
올해는 협업 솔루션 분야에서 손을 잡았고, IT 거버넌스(Governece)와 위협관리(Risk), 규제준수(Compliance)까지 힘을 합치기로 했다. 협업 솔루션 분야는 시스코 시스템즈가 마이크로소프트나 IBM 등 솔루션 업체들과 일전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SAP는 관련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넷위버'를 통한 미들웨어 제품군과 기업 포털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어 수많은 데이터들을 통합 커뮤니케이션과 현업 솔루션과 연동할 수 있다. 이 대목이 두 회사의 결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GRC 분야는 두 회사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SAP는 지난해 버사(Virsa)라는 액세스 컨트롤 업체를 인수했다. 인수 후 이 분야의 매출이 3배로 급성장하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스코도 네트워크 접근 제어(NAC) 시장을 겨냥해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는데 기업 사용자들은 두 솔루션들을 결합하면서 좀더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다.
HP,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해 '듀엣'이 탑재된 전용 장비를 선보인다는 소식도 눈을 끈다. SAP와 마이크로소프트는 SAP ERP 시스템을 비롯해 기업용 응용프로그램에서 쏟아내는 데이터들을 현업 사용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제품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해 왔다. 이렇게 탄생된 제품이 '듀엣'이었는데 고객들은 이 솔루션을 어떤 하드웨어에 탑재해 적용할지 고민해 왔다. 이런 고민을 쉽게 해결해주길 위해 전용 장비 출시라는 카드를 꺼냈다.
IBM과 협력해 미드레인지 시장에 힘을 쏟겠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데 관련 협력이 강화된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반도체 팹과 식음료 분야를 겨냥한 전용 솔루션을 처음 선보이게 된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의 면모나 카거만 CEO가 밝힐 내용을 유추해 볼 때 고객들의 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이를 지원하기 위한 IT 벤더간 협력도 더욱 전방위에서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코카콜라는 7만개의 협력 파트너들과 공통 플랫폼 개발을 약속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단일 기업의 정보화만으로는 유연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없기에 서로가 가진 데이터들을 손쉽게 파악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런 고객의 변화는 아무리 많은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으로도 감당해낼 수 없다.
SAP는 35년 동안 '고객의 고민이 무엇이고 우린 어떻게 이를 해결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 고객의 변화는 이제 경쟁 업체와의 협력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또 수많은 시스템의 통합이 불가피하기에 미들웨어의 유연성과 확장성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