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사파이어2007' 행사에 초대된 파워블로거들을 만나봤습니다. SAP가 행사 취재진에 기자들뿐 아니라 블로거도 대거 초대했다는 소식은 지난번에 전해드렸죠. [사파이어2007] SAP, "파워 블로거들과 정보 교환은 필수"
'블로그 기반의 뉴스공동체' 블로터닷넷의 상근 블로터로서 미국의 파워블로거들을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과 얘기를 좀 나눠봐야겠다는 제 생각을 어찌 아셨는지, 줌인라이프(www.zoominlife.com) 방장님께서 벨킨의 스카이프 지원 무선랜폰으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지난번 통화 때는 음질이 시원치 않았는데 이번엔 아주 잘 들리고 통화도 순조로왔습니다. 국내 파워블로그로서 이번 행사에 초대된 미국의 파워블로거들에게 물어봐 달라며 몇가지 질문을 전해주셨습니다.
SAP코리아의 동시통역사인 한신애 선생의 도움으로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이번 행사에 초대된 10명의 블로거들은 직업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IT업계 종사자들에게도 낯이 익은 댄 파버(Dan Farber) CNET 부사장 겸 ZDNet 편집장이 블로거로 초대를 받았더군요. 이 분은 피시위크(PCWEEK)에서도 근무한 바 있는데, 제가 한국판 PCWEEK에서 근무할 때 지면으로만 얼굴을 뵌 분이었습니다.
또 전업 블로거인 '데니스 호울렛(Dennis Howlett), 양키그룹의 이사인 제이슨 코셀로(Jason Corsello , SAP의 고객사인 콜게이트-팔모라이브의 다니엘 맥위니(Daniel McWeeney), SAP 랩 데니스 브라운(Denis Browne) 부사장, SAP 커뮤니티 에반젤리스트인 크레이그 크메힐(Craig Cmehil) 등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분들은 SAP라는 한 회사의 솔루션 분야에만 능통한 이들이 아니라 IT 영역 전반의 전문가였습니다.
전문 블로거인 데니스 호울렛씨는 전직 기자 출신입니다. 기자생활때와 전업블로거로 뛰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요. 또 수입은 얼마나 다를까요. 그는 "수입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비밀이다. 알면 다친다(웃음)"며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더 자유롭고 글쓰기도 한결 수월하다. 기자로 있을 때는 회사의 룰을 따라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블로거를 하게 되면서 더 많은 이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전하더군요.
참여한 분들의 블로그를 방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부분 직장을 가지고 있고, 해당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의 내공 있는 글들을 써왔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특히 팬 파버 지디넷(ZDNet) 편집장은 기자면서 동시에 전문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어서 많은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그는 블로거와 기자로서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기자는 기본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한 객관성에 중점을 두고 글을 써야 한다. 또 일반적인 언론사 편집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말하고 "블로그의 경우 주관적인 인상과 자신의 견해를 즉각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와 비슷하네요.
그는 "앞으로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기자가 두가지를 다 하거나 두 가지를 잘 섞어서 글을 써야 한다. 사설과 같은 글을 써가야 할 것이다. 또 웹에 글을 올리면서 오디오, 비디오, 이미지도 풍성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ZDNet은 뉴스를 CNet의 뉴스닷컴을 통해 공급받고 있고, 40명의 외부 블로거가 참여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뉴스닷컴에서 공급받은 기사에 추가적인 내용을 첨가하고, 자신들이 의견을 과감히 쏟아내야 한다고도 전하더군요.
블로거로서 하나의 사건을 보고 빨리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SAP가 변하면 그 변화를 보고 관련 글을 빨리 올려야 한다는 것이죠. 또 기자로서 인터뷰나 기사 쓰는 방법, 다양한 소스의 활용을 배운만큼 이제는 정형화된 글쓰기를 탈피해 기사 자체도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분들은 대부분 '워드프레스'나 '무버블타입'을 이용한, 이른바 설치형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조금씩 블로거들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미국은 어떤가 물어봤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정보는 지식이 많은 사람들로 부터 나온다. 내부 인력이 될 수도 있고, 외부 인력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이런 정보를 생산해 내는 인력 혹은 기관이 소수에 국한됐지만 이제는 특정 회사에 소속이 됐더라도 개인들에게 많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개인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미디어든 블로거든 영향력이 있으니 당연히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와 블로거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말도 덧붙이더군요.
하지만 블로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각 나라마다 상이한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말도 합니다. 스페인과 프랑스, 영국, 미국이 다르고 한국 역시 다르기 때문에 블로거에 대한 접촉도 달라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한 만큼 블로거 또한 고객이기에 그들의 입장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동일하다"는 점도 꼽았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달라진 생활 패턴에 대해 SAP 크레이그 크메힐씨는 "하루에도 여러번 글을 쓰다보니 아내가 싫어한다"고 얘기하며 껄껄 웃더군요.
SAP에서는 인사고과의 반영도 달라지고 있답니다. 예전에는 회사의 백서를 만들 때 참여한 내용들을 인사고과에 반영을 했는데 지금은 백서대신 SAP개발자네트워크에 글을 쓰고 트랙백을 걸면 점수를 받는다는군요. 이렇게 되면 SDN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게 돼 개인과 회사 모두 윈윈할 수 있답니다.
긴 시간 얘기를 나눌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블로거이자 리포터를 꿈꾸는 제 입장에서 '선배'들의 유익한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관련 인터뷰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았습니다. 사진도 많이 흔들렸습니다. '기계치'를 극복해야 블로거로 거듭날 텐데..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