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기종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전문 미들웨어 업체의 제품을 도입해 이기종 시스템들을 통합해 왔다. 이런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한 IBM과 BEA, 티맥스같은 미들웨어 업체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최근에 일고 있는 대기업들의 '서비스기반아키텍처(SOA)' 시장에서도 이들이 적극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복병들이 출연했다. 바로 SAP와 오라클이다. 두 회사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전략기업시스템 시장에서 1,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이들이 미들웨어 시장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사진 : 헤닝 카거만 SAP CEO)

SAP는 '엔터프라이즈 SOA'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자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플랫폼인 '넷위버'다. 오라클은 '퓨전미들웨어'를 기반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SAP는 고객들에게 올해까지 엔터프라이즈 SOA를 위한 자사의 전 제품을 넷위버 기반으로 탈바꿈시킨다고 공헌한 바 있고, 지난달 열린 '사파이어 2007'에서 이 약속이 지켜졌다고 선언했다.

헤닝 카거만 SAP 회장은 '사파이어 2007' 행사에서 "모든 기업들이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혁신뿐 아니라 협력사와 파트너, 채널 등의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 이런 모든 연결고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플랫폼이 필요하다. SAP는 넷위버를 통해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IBM과 BEA 같은 미들웨어 업체와의 결전을 의미한다. SAP가 넷위버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해 오긴 했지만 기업 고객들은 여전히 전문 미들웨어 업체의 솔루션을 사용해 왔다. 이는 SAP의 넷위버가 기업의 모든 시스템을 엮기에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있지만 내부 기술진들이 전문 미들웨어 기업들의 제품을 능숙하게 다뤄왔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요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변할 수 있을까? 국내 ERP 컨설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SAP가 제공하는 모든 솔루션들이 넷위버를 통해 손쉽게 연동되고 있다. 단기적으론 전문 미들웨어 업체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겠지만 장기적인 경쟁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들은 SAP ERP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데이터웨어하우스에 저장해 왔다. 데이터웨어하우스 용도로 데이터베이스 업체들의 솔루션을 도입해 왔다. 하지만 최근엔 SAP의 비즈니스웨어하우스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오라클의 반격도 무시할 수 없다. 오라클은 피플소프트, 시벨, J.D. 에드워즈 등 자사가 인수한 모든 제품들을 계속해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 중심에 '퓨전 미들웨어'가 있다. 오라클은 아태지역에서 자사의 퓨전 미들웨어 성장률이 IBM과 BEA를 제치고 고공 성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서 SAP를 정조준하고 있지만 미들웨어 시장에서도 전문업체를 제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라클은 최근 아태지역의 독립소프트웨어 벤더들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개키기반구조(PKI)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포럼의 김상철 사장은 "PKI 보안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소프트포럼은 오라클의 계정관리 솔루션과 긴밀히 통합하여 계정관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라클 본사의 미들웨어 담당인 송규철 상무는 "우리의 미들웨어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건 이미 시장 조사 기관을 통해 입증됐다"며 "각 산업별 파트너 확보는 물론 기존 기업용 응용프로그램 고객들을 대상으로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전문 미들웨어 업체를 단기간에 넘기는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동일한 인터페이스와 유기적인 시스템 결합,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의 활용, 시스템 운영의 단순화 등에서 전문 업체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전문 미들웨어 업체들의 입지는 갈수록 약화될 것인가? 이들의 반격과 기업 응용프로그램 업체들의 재반격이 갈수록 흥미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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