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일) 아침은 다른 날보다 1시간 늦게 집을 나섰다. 9시. 간 큰 직장인이라고 하겠지만 인터넷이 접속되는 곳이 바로 업무 공간인 블로터 입장에서 물리적인 공간은 의미가 없다. 다만 오늘은 KT와이브로를 테스트 해보고 싶어서 일부러 늦게 집을 나섰다.

블로터인 나는 서울 은평구 은평구청 근처에 산다. 어제 KT에서 와이브로 PCMCI 카드를 하나 얻어서 5월 한달간 와이브로를 마음껏 체험할 수 있게 됐다. 노트북 사용자다보니 아침 출근길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서 일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조금 늦게 나왔다.

버스 정류장의 의자에 앉아서 노트북의 전원을 키고 와이브로에 접속해 봤다. 아주 가뿐하게 접속이 됐다. 5월의 아침 햇살이 노트북 모니터에 강력히 쏟아지면서 정작 모니터를 쳐다보기가 힘들었지만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뭐 하는 사람인고?"라는 눈빛이다.

와이브로 접속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정작 내가 가려는 방향의 버스에 앉을 자리가 없다. 안면몰수하고 그냥 바닥에 앉아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이 시간까지도 만원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20분 정도면 될 길을 1시간 걸려서 가야 한다. 난 오늘 서울 시청앞에서 오전 업무가 있다.

702번 버스가 두 대가 왔다. 앞에 차는 만원이고 뒤에 차는 덜하다. 서울 교통 시스템을 개편하고 나서 배차 간격을 조종했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뒷차를 탈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 일단 한번 참아보자. 1분도 안기다렸는데 한 두 자리가 남은, 서 있는 사람이 없는 702번 버스가 왔다. 노트북을 켠 채로 서둘러 승차했다. 버스에 오르니 또 사람들이 쳐다본다.

 

버스 맨 뒷자리 바로 앞에 앉았다. 글을 쓰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KT는 4월에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견해 차이가 나타난다. 서비스의 만족도를 누가 결정하느냐다. 나처럼 간단한 문서 작성을 하는 사용자에게 와이브로 서비스는 '이동성'을 보장하는 아주 만족스러운 서비스다. 그렇지만 전혀 다른 서비스를 받아보고 싶은 사용자들 입장은 다를 것이다.

와이브로는 SK텔레콤이나 KTF가 제공하는 무선인터넷 접속 속도에 비해 조금 더 나은 수준이지만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유선 네트워크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아마도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56Kbps 속도로 인터넷을 접속해 사용한다면 분명 탁월한 서비스로 불리겠지만 우린 이미 광대역의 맛을 알고 있는 사용자다. 무선의 한계를 잘 알면서도 갑갑함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속도 개선은 앞으로 해결될 문제다. 이제 거의 다 와간다. 

그런데 웬걸. 정작 기사 입력 완료를 누르려는 순간 접속이 끊어졌다. 아!! 이럴수가. 장소도 광화문 교보문고 근처다. 그 옆에는 KT 서울 사무실이 있다. 

종로 3가로 향하는 길 내내 접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을지로 기업은행 앞에 내려서도 접속이 여의치 않았다. 이럴 땐 카드를 뺏다가 넣는 것이 만고의 진리. SK텔레콤의 기자실에 올라오면서 다시 꽂았더니 신호가 빵빵하게 잡힌다. 그러면 뭐하나? 버스에서 썼던 모든 글은 날라가버렸는데..

이 글은 버스에서 썼던 내용을 그대로 다시 쓴 두번째 버전이다. 이번에는 아예 워드 문서를 열어놓고 거기서 글을 썼다. 와이브로보다 내 습관을 현실적으로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 무선은 언제 끊길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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