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를 놓고 볼 때 철도와 도로, 운하 등 기간 물류망을 구축할 때 어떤 망이 가장 경제성을 띄는지 살펴보게 된다. 이런 일은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은 SONET/SDH 같은 광장비를 통해 안전한 코어 네트워크 망과 메트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하지만 IP를 지원하는 이더넷 장비들이 쏟아지면서 이런 흐름은 변하기 시작했다.


IP는 SDH 기술에 비하면 안전성과 보안, 가용성, 신뢰성 등에서 턱없이 부족했는데 전세계가 라우터 기반의 인터넷 망을 구축하면서 관련 기술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어린아이 같았던 IP가 이제는 점점 자라 청년이 되고 있다.


주니퍼네트웍스의 야콥 렉터(Yakov Rekhter) 박사는 "인터넷프로토콜(IP)는 가장 저렴하게 비트(Bit)을 전송하는 기술이다. 이제는 단순히 비트만을 전송하지 않고 서비스를 전송하고 있다. 서비스 사업자들은 SDH에서 패킷 베이스로 가고 싶어한다. 이걸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MPLS이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야콥 렉터 박사는 MPLS(MultiProtocol Label Switching) 표준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로 2000년 12월 주니퍼 '펠로우'로서 주니퍼에 합류했다. 이전에는 시스코시스템즈에서 시스코 펠로우를 역임했다. 야콥 박사는 네트워크 분야  정상급 아키텍트 중 한명이자 NSFNET 백본 II의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BGP(Border Gateway Protocol)도 공동 설계했다.


현재 통신 사업자들은 수많은 네트워크 망을 구축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서로 다른 기술과 서로 다른 장비를 구축, 운용해야 하고 이에 따른 인력 구성도 별도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의 기술로 좀더 안전하고 저렴한, 신뢰성 있는 망을 구축하게 되면 비용을 대폭 절감시킬 수 있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새로운 이더넷 장비들은 전통적인 TDM 기술이나 광 기술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동안 코어 망을 MPLS 기술로 대체했던 통신사업자들은 메트로 네트워크 망은 여전히 TDM, ATM 기술을 적용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TDM 기반의 전화 서비스가 IP망의 인터넷전화(VoIP)로 대체되고 있다. 또 IPTV나 멀티캐스팅, 브로드캐스팅 등 신규 서비스도 IP 망에서 제공이 가능하다. 코어망과 메트로 네트워크 망을 서로 다른 기술로 운용할 필요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MPLS 기술은 10여년 전에 등장한 새로운 전송 기술이다. 기술도 생명체처럼 변하고 진화한다. 그런 진화는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지속적으로 수용했기에 가능하다. 야콥 렉터 박사는 "'MPLS over EtherNet'이 패킷 기반 전송을 모두 지원한다. MPLS는 꽤 오래되고 검증된 기술이다. 많은 벤더가 이를 구현하고 있으며 벤더간 상호 운용도 가능하다. 실험실에서만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며 서비스 사업자들이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MPLS 기술은 최근 3년전부터 멀티캐스팅 을 지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바로 서비스 사업자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고 야콥 렉터 박사는 전한다. 그는 "소비자들이나 기업들이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멀티캐스팅 기술을 지원할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3~4년전부터 이런 기능을 강화해 달라는 사업자들의 요구가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멀티캐스트 기능에는 포인트 투 포인트 LSP(Label Switching Path)나 가상사설망(VPN) 기술도 대거 추가됐다. 

야콥 박사는 '펠로우(Fellow)''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데 주니퍼의 경쟁업체인 시스코에서도 5년간 펠로우로 활동했었다. 펠로우는 기술 분야의 리더다. 신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기술을 개발할 때 지원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최근에는 멀티캐스트와 BPC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최고의 기술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야콥 박사는 "모범 답안은 없다"고 웃는다. 그는 "어느 회사의 펠로우가 되려고 하지 말고 좋은 기술을 개발했으면 한다. 열심히 일하고, 진짜 현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기술이어야 한다. 언젠가 구현되겠지 하는 기술은 안된다"고 학생과 관련 분야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조언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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