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이어가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실버레이크와 TPG캐피털이 어바이어를 8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어바이어는 콜센터 솔루션과 IP 텔레포니와 통합 커뮤니케이션 장비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그동안 경쟁업체인 노텔과 시스코 등과도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었다. 어바이어는 시가총액 70억 달러에 8억 2천 9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는 없는데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계약은 가을께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진출한 외국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본사 정보에 의하면 노텔이 어바이어를 인수해 기업용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이라는 소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바이어 이사회는 노텔이나 시스코 같은 경쟁 업체에 매각을 하지 않고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어바이어를 노리는 노텔이나 시스코, 기타 또 다른 장비 업체간 저울질을 통해 더 높은 금액으로 매각할 수 있어 잃을 게 없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어바이어는 루슨트테크놀로지에서 2000년에 분사한 업체로 루슨트테크놀로지가 통신사에 집중했다면 어바이어는 기업 시장을 집중해 왔다. 국내 시장에서는 IMF 이후 노텔의 국내 총판인 대우정보기술이 대우 그룹 부도 사태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을 때 국내 대기업과 금융권 콜센터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해 국내 콜센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관련 업체에서는 노텔과 어바이어가 동일한 유형의 회사지만 최근 노텔이 IP교환기와 통합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어바이어와 시스코에 밀리고 있어 노텔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어바이어를 인수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텔은 UMTS 부문을 매각하면서 실탄을 확보해 왔다. 그렇지만 노텔이 어바이어를 인수한다고 해도 별다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어바이어와 노텔 제품이 서로 겹치고 있어서 시너지를 내기는 좀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라고 전하고 "다만 최근 노텔이 IP 분야에서 뒤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스코 입장에서는 8조원에 가까운 인수 금액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는 매년 수많은 기업들을 인수하고는 있지만 8조원 가량을 투자해 인수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시스코는 전통적인 교환기 기술은 어차피 살아질 것으로 보고 있고, IP 분야에서 확실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좀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한편, 어바이어가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기긴 했지만 언젠가는 관련 업체에 인수합병될 상황은 무척 높다. 이 때문에 국내 협력 관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어바이어는 삼성전자와 제휴해 삼성전자 단말기들과 삼성전자가 개발한 통합형 라우터인 유비게이트를 자사 IP PBX 제품과 연동을 했다.

어바이어가 노텔이나 시스코에 인수되면 이런 협력 관계는 자연스럽게 깨질 수 있다. 물론 두 회사의 전략적 제휴 관계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협력' 관계긴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언젠가 팔릴 업체와의 제휴 관계를 검토해야 될 상황이다. 어바이어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몸값을 높이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협력 관계를 깰 필요는 없다. 

노텔은 LG전자와 조인트벤처인 'LG-노텔'을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는데 만약 노텔이 어바이어를 인수했다면 국내 IP텔레포니와 통합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확실한 시장 주도권을 쥘 수도 있었다.

알카텔이 루슨트를 인수하고 노텔의 UMTS 사업 부문도 인수했다. 노텔은 LG전자와 조인트벤처를 세웠다. 노키아가 지맨스의 통신사업부도 인수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인수합병이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규모의 경제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국내 통신 장비 업체인 삼성전자가 와이브로를 통해서 독자 생존을 해낼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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