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네트워크와 보안 장비와 솔루션 제공 업체인 주니퍼의 아태지역 J-테크포럼 2007에서 두 명의 네트워크 거장을 만났다. 한 분은 MPLS 분야의 전무가인 주니퍼네트웍스 야콥 렉터(Yakov Rekhter) 박사였고, 또 한 분도 주니퍼에서 근무하는 키리티 콤펠라 박사였다.


(사진 설명 : 야콥 렉터 박사(왼쪽)와 키리티 콤펠라 박사는 "실용적인 접근으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분의 직책은 공히 '팰로우'였다. 팰로우는 그 분야 전문가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명예직이라고 주니퍼와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즈는 밝혔다. 팰로우는 자신들에게 보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시스코에서는 12명이 있고, 주니퍼에는 3명의 팰로우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대가들이다. 전세계 표준을 주도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으며 관련 업계에서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야콥 렉터 박사는 "어느 회사의 펠로우가 되려고 하지 말고 좋은 기술을 개발했으면 한다. 열심히 일하고, 진짜 현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기술이어야 한다. 언젠가 구현되겠지 하는 기술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엔지니어 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답변에 약간 당황했을 정도다. 야콥 렉터박사는 기술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적응한 인물로 평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연구했던 특정 기술을 고집하기보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의 변화에 지속적으로 적응해 왔다는 점에서 많은 기술인력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현실에 적용 가능한 기술에 관심을 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에서 생존하면서 동시에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
야콥 렉터 박사보다 키리티 콤펠라 박사는 조금 더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겸손해 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키리티 콤펠라 박사는 "내가 네트워킹 쪽에 입문한 지 10년 쯤이다. 당시가 바로 MPLS를 채택하는 시점이었다. 난 모든 노력을 MPLS 쪽에 경주했다. 만약 15년~20년 전에 입문했다면 대세에서 밀려난 ATM 전문가 됐을 것이다. MPLS도 서비스 사업자들이 꾸준히 개선을 요구했고, 난 이런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것이 생존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밝혔다.
키리티 콤펠라 박사도 야콥 렉터 박사와 동일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어떤 영역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3가지 정도를 명심했으면 한다"고 운을 떼고 "새로운 기술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폐쇄적인 마인드로는 혁신을 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리서치만 하는 연구직이 아니라 실제 필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이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훌륭해도 현장에서 못쓰면 소용없다. 나 자신보다 프로젝트와 회사를 앞세워야 한다. 나는 펠로우가 돼야지 하면 안된다. 회사를 위해 좋은 것이 무엇인지, 산업을 위해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보면 팰로우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거장의 말은 단순히 이공계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엔지니어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이들이 젊은세대와 현재 현장에 근무하는 이들과 나누고픈 말이었다. 시대는 바뀌어도 실용적이고 유연한, 자신을 불태우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 그것이 젊은 세대에게 말하고픈 그들의 공통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