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려서 받으려고 했더니 뚝 끊어졌다. 전화를 했더니 "대출 상담을 원하시면~~"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짜증이 밀려온다. 뜬금없이 전화가 와서 "새로운 상품이 출시됐습니다. 특별 이벤트거든요."라는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면 "지금 회의중입니다"하고 바로 끊는다. 카드사부터 은행까지, 거기에 알 수 없는 대출 업체인지 사체업체까지 하루에 한 두 통은 꼭 그런 전화를 받는다.

기업들은 콜센터를 통해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고 해결해주지만 동시에 자기 회사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불만이 쌓여간다. 무슨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을까?
콜센터 전문 솔루션 업체인 제네시스 브라이언 갤빈(Brian Galvin)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원치 않는 상품을 권하기 보다는 이제 고객의 문제를 한발 앞서 해결해주는 곳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전 제품이 고장 났을 때 접수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방문하려고 하는데 집에 계신가요?"라고 한다거나 가전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음성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상품을 배달하려고 하는데 배달 품을 지금 받으실 수 있으면 1번, 없으시면 2번을 눌러주세요. 2번을 누르시고 가능한 시간을 말씀해 주시면 지정한 날짜에 배달하겠습다"라고 하면 고객과 판매자 모두가 이롭다는 주장이다.
휴대폰 업체에 적용 가능한 상황도 최근 변하고 있는 콜센터의 모습이다. A라는 휴대폰 업체는 고객들이 통신 서비스를 개통한지 3일~5일 정도 지나면 특정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분석한 후 고객 전화 개통 후 다음날이나 이틀 후에 미리 전화하는 형태로 응대 방식을 바꿨다. 고객들은 불만을 이야기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제조업체를 더욱 신뢰할 수 있고, 휴대폰 업체는 특정 시간에 콜센터로 푹주하는 콜을 미리 분산 시킬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은 상황이다.
콜센터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고객들은 예전처럼 수동적이지 않다. 블로그나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가상 공간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다. 능동적인 이들이 늘고 있다. 자신들이 제공되는 서비스 방식과 그 시점을 선택하고, 웹인지 전화인지, 아니면 전자우편으로 대응할지 결정한다. 이런 고객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서비스 회사도 변해야 한다. 상담원들에게도 서비스 회사가 정한 룰 대로만 응대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좀더 여유를 주고, 자연스럽게 고객과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갤빈 CTO는 이런 변화가 콜센터를 다이내믹컨택센터로 탈바꿈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리적인 위치는 더 이상 고객 서비스 제공을 제약하는 요건이 아니다. 인도가 전세계 콜센터 아웃소싱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이유가 이를 증명한다. 단순한 지리적인 문제 아니라 이제는 전용 콜센터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그는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만 구축하면 PC방도 콜센터가 될 수 있다. 인도의 PC방은 10시 이후 사용자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 공간을 아웃바운드 콜센터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최근의 변화를 설명한다.
이런 것들은 IP 기반의 네트워크망과 새롭게 떠오르는 프로토콜인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를 지원하는 수많은 단말들과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로 엮인 통합된 응용프로그램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기업 내부 비즈니스 프로세스까지 연동되면서 가능해지고 있다.
갤빈 CTO는 이런 변화를 진화(Evolution)가 아닌 혁명(Revolution)이라고 주장한다. 기술의 변화도 한몫을 했지만 갤빈 CTO가 전하는 혁명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다. 그는 포드자동차가 개발한 모델 T라는 자동차를 예로 든다. 이 자동차는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을 해서 많은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자동차 역사를 완전히 바꿔버린 제품이다.
최근의 웹2.0도 90년대 웹에 비해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비즈니스 적으로 위험을 최소화 시키면서 동시에 서로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제 이런 바람이 고객 서비스 분야에 불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개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야후!메신저나 MSN라이브메신저, 네이트온 같은 인스턴트메신저로 실시간 고객 응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쇼핑몰에 접속해 무엇을 고를지 잘 모를 때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고객 응대 창도 뜰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은 고객들이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