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살면서 앞으로 도래할 미래를 어떻게 꿰뚫어 볼 수 있을까? 정보의 홍수 시대에 더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도 우린 옛사람들의 그 통찰력을 감탄해 마지 않는다. 사유의 깊이와 폭이 차이가 나서일까?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e)'이라는 정보기술력이 선도할 미래 사회 신인류의 패러다임을 상징하는 신조어를 만든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를 제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만났다. 그는 미래의 물결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자크 아탈리 선생은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미디어 환경을 가진 국가로 디지털미디어미래 시대의 변화를 앞서서 겪고 있는 국가입니다"라고 전하고 "중요한 문명의 중심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국제회의나 국제행사 등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싸이월드 등 통신환경의 발전을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이 현재 가능한 모든 기술을 신도시 개발(송도 신도시 개발 등)에 투자하고 있기에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라고 한국을 진단했다.
미래 학자들은 어떻게 미래를 통찰할 수 있을까? 국내 학자들이나 기업인들, 일반인들이 모두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자크 아탈리 선생은 "40년간 열심히 공부하면 됩니다"라면서 웃었다. 함께 한 기자들도 모두 웃었다.
자크 아탈리 선생은 국제 사회를 전망하는 담론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전부터 세계의 지정학적 중심이 태평양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는 적중했다. 또 기상 이변, 금융 거품 현상,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리즘의 위협, 노마디즘의 부상, 휴대폰과 인터넷을 비롯한 유목민적 상품의 만능 시대 등을 예고했고 이 또한 현실로 다가왔다.
그는 우리나라를 상당한 애정을 가자고 주목하고 있으며 많은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은 휴대폰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단말기들을 만들어 냈고, 오마이뉴스와 같은 전세계 많은 언론이 주목할 만한 새로운 실험 모델을 소개시켰다고 치켜세웠다. 자크 아탈리 선생은 "오마이뉴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많은 사회적인 모델들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또 콘텐츠 분야에서도 영화 뿐아니라 뉴스,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 주십시오"라고 조언한다.
그의 조언을 현실화 시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는 "한국은 IT 분야에서 장비나 서비스를 실험하는 역할 모델(테스트 베드)의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실험적인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머물지 말고 전세계의 규감이 되는 모델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합니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인터넷의 등장은 TV분야보다 신문 분야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신문은 즉시성이 없다는 점에서 점차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당 부분 웹에서 수용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죠. 또 신문을 제작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이 투여됩니다. 이런 위기를 웹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말했다.
신문이 더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유료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곳이었기에 그렇다. 현재 많은 콘텐츠들은 무료로 제공된다. 소비자들은 무료에 익숙해있다. TV의 경우, 애초부터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광고로 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신문에 비해서 덜 영향이 있다. 포털의 모델도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방송과 유사한 모델을 지행하고 있다.
재미난 질문도 있었다. 인터넷 활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영어의 영향력은 증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과연 한국어는 어떻게 될까라는 내용이었다. 영어 공용론자들도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답변은 곱씹어 볼 만했다.
자크 아탈리 선생은 "송도 신도시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고 발표한 내용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외국 자본이 투자되는 부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운을 떼고 "저는 언어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합니다. 영어가 모든 언어를 잠식할 것이라고 보는데 정 반대라고 봅니다. 인터넷은 자국어를 사용할 때 더 편합니다. 영어도 인구수로만 본다면 1위가 아니죠. 중국어가 사용 1위이며 스페인어가 2위입니다. 신기술의 개발로 이런 언어의 장벽이 어느 정도 무너지겠지만 자국어만큼 편한 것이 없습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바로 이런 언어 장벽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많은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자동번역 시스템 같은 경우가 그 예이다. 그는 "언어라 인류의 마인드를 지배해 왔듯이 언어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합니다"고 강조한다. 자동번역 시스템은 상당히 복잡한 기술들이 결합돼 구현되기에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이 한단계 더 상승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자크 아탈리 선생은 "연구 개발에 노력해 왔지만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고 이런 기술 진보를 통한 성과를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삶의 질과 사회 변화를 가로막는 교육제도나 가족 제도, 사회보장 제도 등을 전반적으로 손보면서 사회 계층간 위화감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한국에서 살고 있는 다른 문화권을 품에 안아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듯한 한국의 정서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크 아탈리 선생은 샌드위치 위기론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지만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중국이 로우테크 분야를 장악하고 일본이 하이테크 분야를 장악할 것이라는 위기론이 있습니다만 한국은 잘 준비된 나라입니다. 그런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한국은 이미 대응하고 있다고 봅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중국과 일본이라는 한반도를 둘러싼 두 나라와의 관계에만 초첨을 두고 있음을 아쉬워했다.
그는 "러시아는 왜 주목하지 않습니까? 중국과 러시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긴장 관계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는 중국 이민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일본도 시베리아 지역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지만 한국이 그 중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만 보지말고 러시아까지 포함한 4개국의 관계를 깊이 살펴보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을 만들어서 기름값과 환경, 자원 활용에 대해 공동 대처해 나가듯 아시아의 공동 연합체의 등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거장의 견해를 아주 짧은 시간에 모두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그의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고 그가 고민한 내용에 대해 스스로 사유의 깊이를 넓히지 않으면 내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그의 책 미래의 물결을 읽어봐야 겠다.

